'검찰이 14일 역대 최대 규모의 교육계 사정(司正)으로 꼽힌 서울시교육청 비리 수사를 끝냈다.
검찰은 수뢰사슬의 정점이 공정택(76) 전 교육감이라는 사실은 밝혀냈지만, 그가 챙긴 돈의 정확한 규모와 교육계의 비리 구조 등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사실상 실패한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 전 교육감은 2008~2009년 재직 당시 시교육청 고위간부와 산하 지역교육청 교육장 등 8명한테서 승진 및 보직·근무지 발령을 내세워 1억 4600만원을 챙긴 혐의로 이날 구속기소됐다.
그러나 검찰은 공 전 교육감이 2004년 첫 재임 때부터 장기간 수억원의 돈을 챙겼을 것이란 의혹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판단을 미뤘다.
비서실장 조모(54)씨가 관리하던 2억원대 차명계좌 자금 중 상당 액수도 실체를 밝혀내지 못했다.
이 계좌는 조씨가 비서실장 재직 당시인 작년 3월 시교육청 직원을 시켜 만든 것으로, 검찰은 공 전 교육감이 이 계좌의 실제 소유주일 개연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지만 실체 규명에는 실패한 셈이다.
교육계에서는 공 전 교육감이 거둔 뇌물과 이 차명계좌를 2008년 검찰의 선거자금 수사에서 밝혀진 4억원대의 다른 차명계좌와 함께 선거자금 충당 등의 용도로 썼을 것이란 추측이 무성했다.
공 전 교육감은 부인이 수년간 관리해온 차명예금 4억원을 재산신고때 빠뜨린 의혹이 제기돼 2008년 12월 서울중앙지검의 조사를 받았으며, 다음해 1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또 이번에 적발된 계좌에는 개설 초기부터 공 전 교육감의 돈으로 보이는 4천만~5천만원의 거금이 들어가 있어 장기간 거둬들인 '비자금'의 일부를 묻어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검찰은 잇따라 의혹이 불거지자 수년 전 수뢰 의혹도 수사선상에 올렸으나 실증이 없어 수사를 유보했고, 계좌 초기 예금액의 출처는 연루자들이 다들 '모른다'고 부인하며 버티는 바람에 추가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 전 교육감은 적발된 수뢰액 1억 4600만원을 문제의 계좌에 넣어 관리하며 대부분 작년 재판 때 변호사 비용으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뇌물의 전모를 빠짐없이 밝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일단 나온 증거는 빠짐없이 수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뇌물을 공여한 이들은 대부분 당시 재판을 하던 공 전 교육감을 돕고 싶다며 돈을 줬다고 했다. 걷은 금품을 다른 목적에 쓰려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수사는 작년 11월 창호공사 업자들이 시교육청과 일선 학교 관계자들을 매수해 공사 수주권을 따낸다는 첩보에서 시작됐으며, 한달이 지나면서 사건의 규모는 예상 외로 커졌다.
장학사 고모(50·여)씨가 '장학사 시험에 편의를 봐준 시교육청 인사담당 간부에게 사례금으로 2천만원을 줬다'며 장학사 매관매직 관행을 폭로하면서 시교육청의 최고위직인 국장급 인사까지 구속된 것.
이후 검찰은 공 전 교육감의 측근이 근무평정을 조작해 교감과 장학사 20여명을 부정 승진시켰다는 감사원 조사 자료를 토대로 수사를 확대한 끝에 최종 인사권자였던 공 전 교육감도 뇌물을 상납받은 정황을 발견했다.
이번 검찰의 3개 사건 수사로 법정에 서게 된 이들은 공 전 교육감을 비롯해 55명(구속기소 19명 불구속기소 36명)이다. 교육계 비리 수사 결과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1988년 최열곤 당시 서울시교육감을 사학재단 측에서 뇌물 8500만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돈을 건넨 재단 소유주와 현직 교감 등 4명도 불구속기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