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대학교가 '모바일 캠퍼스'를 만든다며 이달 초부터 전교생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지급하자 학생들은 환영하면서도 또 다른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학생들은 아이폰이 유용하게 쓰인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기계만 무료 또는 저가로 얻을 뿐 위약금과 요금은 본인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거북해하고 있는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이 학교 1학년 박상아(19·여)씨는 "아이폰으로 학습관리시스템(LMS)인 블랙보드에 수시로 접속해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어 좋다"고 전했고, 같은 학년 우영민(20)씨는 "아이폰으로 영어를 공부한다"며 아이폰을 이용한 학교생활에 만족해했다.
그러나 김규림(19·여)씨는 "아이폰으로 바꾸니 학교 안에서 손쉽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어 좋지만 요금은 더 많이 내야 한다"며 "기본료만 3만 5천원인데 이는 이전까지 냈던 요금보다 1만원 이상 비싼 것"이라고 걱정했다.
학교 전체에 와이파이(Wi-Fi) 무선 랜 시설이 설치되면 교내 아이폰 사용자끼리는 공짜로 문자와 통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 그래도 학생 처지에서는 통신비가 증가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이폰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1학년 정우철(19)씨는 "개인적으로 아이폰이 공부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지도 않고, 지금 쓰는 요금제가 싸고 혜택이 많아 좋은데 굳이 요금이 비싼 아이폰으로 바꾸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아이폰을 갖고 싶지만 약정이 걸린 휴대전화를 쓰는 학생들은 최대 수십만원씩 하는 위약금 때문에 신청을 망설이고 있다. 또 SK·LG텔레콤을 사용하는 학생은 아이폰을 쓰기 위해 KT로 이동해야 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게다가 일부 학생은 "모바일 학습을 확대한다는 학교의 방침상 강의 시간에 아이폰을 이용해 교수와 질문을 주고받는 등의 활동이 활성화되면 아이폰이 거의 의무화되는 게 아니냐"며 "이는 강매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기계값이 완전히 무료는 아니다. 울산과기대는 2년 약정 할인이 된 아이폰을 2009년도 입학생에겐 무료로 주고 있지만, 2010년도 입학생에겐 할인된 기계값의 10%에 제공하고 있다. 가입비와 채권료, 유심(USIM)카드는 전교생에게 무료다.
이를 두고 학생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게시판에는 비판과 옹호론이 엇갈리고 있다. "지급이 아니라 2년 약정의 아이폰을 조금 더 할인해서 판매하는 것일 뿐"이라는 지적과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엄청난 혜택"이라는 논리가 바로 그것.
학번에 따라 지원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이 대학이 09학번 학생에게 약속했던 생활비 지급을 취소하는 대신 '모바일 학습 지원을 위한 단말기'를 지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부 09학번 재학생은 "어설픈 보상"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울산과기대는 "KT와 협약을 통해 캠퍼스에 유무선융합기술(FMC) 망을 구축하고 학생에게 모바일 기기 및 콘텐츠를 제공, 양질의 교육을 실현할 계획"이라며 "아이폰은 학생의 시간을 아끼고 편의를 높이는 도구이지 강제 사항은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