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한서’에 나오는 양진(楊震)이란 사람은 평생 교육에만 종사하던 학자로, 당시 뛰어난 학식과 고매한 인품으로 ‘관서지역의 공자’라는 평이 있었다. 나이 50이 돼서야 태수라는 벼슬자리를 맡게 돼 임지로 가고 있는데, 때마침 전에 자신이 추천했던 왕밀(王密)이 현령으로 있는 고을을 지나게 됐다.
왕밀은 앞으로도 계속 양진의 덕을 볼 요량으로 깊은 밤에 양진을 찾아와 황금 열 근을 덥석 바쳤다. 그러자 양진은 “나는 그대를 알아주었는데, 그대는 나를 몰라주니, 이럴 수 있는가?”라고 힐난했다. 이때 왕밀은 “캄캄한 밤이라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暮夜無知者)라고 대답하니, 양진은 “하늘이 알고 신이 알고 내가 알고 그대가 알고 있다.”(天知, 神知, 我知, 子知)라고 일갈했다. 이 말은 들은 왕밀은 너무 부끄러워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 양진은 사적인 만남을 일체 거절했으며 더욱 공명정대한 태도로 직무에 임했다.
양진은 이후에 고관이 됐으나, 그의 자식들은 늘 평범한 음식을 먹었으며 외출 시에는 그 흔한 가마도 타지 못했다. 주위 사람들이 그에게 후손들도 좀 고려해야 되지 않겠냐며 재산을 모을 것을 권하자, 그는 “후세의 사람들로 하여금 내 자손이 청백리의 후대인 것을 알게 한다면, 그것이 더욱 좋은 유산이 아니겠소?”라고 대답했다.
이 고사에서 나온 ‘모야무지’(暮夜無知)라는 성어는 깜깜한 밤이어서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후세에는 ‘비밀스럽게 제공하는 뇌물’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최근 감사원이 군포시장, 여주군수, 경북 C군수, 전북 A지자체장 등의 토착비리를 발표했다. 특히 충남 A군수는 내연녀에게 아파트를 사주고 이혼 위자료까지 물어줬다고 하며, 해남군수의 옷장과 서랍에서는 현금다발 약 2억 원이 발견됐다 한다. 지방자치단체에 썩은 내가 진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이번 6·2선거에서는 반드시 양진과 같은 청렴무사(淸廉無私)한 인물이 뽑혀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