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쁘신 중에 본지 창간 40주년과 20회 스승의 날을 맞아 인터뷰에 응해 주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대통령님께서 개인적으로 잊지 못하거나 인격적 감화를 받으신 은사님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특별히 어느 한 분을 말씀드릴 수 없을 만큼 은사님 한분 한분이 모두 소중하고 저에게 큰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그 중에서도 일제시대 목포상고 다닐 때, 기억에 남는 은사님이 한분 계십니다. 그 선생님께서는 `세상 사는데 있어서 원칙은 확고히 지키되 방법은 유연해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친구 사귀거나 노는 데도 유연하게 분위기를 맞춰야 한다, 정직하고 바르게 산다고 해서 어깨에 힘주고 사는 것이 바른 것이 아니다, 삶의 원칙과 기본은 확실해야 하나 방법은 유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칙과 방법이 조화되는 삶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셨지요. 그러한 스승들의 가르침 덕분에 오늘의 제가 있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현재 일선에서 수고하고 계시는 선생님들 모두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대통령께서는 지식 정보화시대를 맞아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계십니다. 특히 萬難을 무릅쓰고 교육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하셨습니다. `국민의 정부'의 교육개혁 추진성과를 평가해 주십시오.
"교육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최선을 다해 왔지만, 아직 미진한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21세기는 지식 정보시대입니다. 지식과 정보로 무장한 우수한 인적자원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입니다. 따라서 우리 교육도 획일적으로 주입하는 산업화시대의 교육체제에서 벗어나 창의력을 키워주는 지식기반시대 교육체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입시위주의 교육 등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교육의 기본틀을 자율화, 다양화, 특성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인력자원 개발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여 왔습니다. 다양한 교육이 가능하도록 특성화학교와 대안학교의 도입을 확대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모든 학교를 인터넷으로 연결했습니다. 세계적 수준의 대학이 나올 수 있도록 BK21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예산 중 교육재정 비율도 98년의 21.6%에서 올해 23.5%로 확대했습니다.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부총리로 승격시켰고 영재교육을 내년부터 실시할 계획으로 준비 중에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의 성과는 상당한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조급하게 교육개혁의 성패를 판단하거나 과실을 성급하게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교육개혁은 교육의 기본틀을 바꾸는 일이므로 추진과정에서 다소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반드시 성취해야할 과업입니다. 인내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겠습니다. 학부모님의 적극적인 협조는 물론 교원 여러분의 선도적인 참여를 당부드려마지 않습니다."
― 공교육 위기가 가장 큰 국민적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오늘의 교육위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계시며, 해결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최근 국민들 사이에서 지적되고 있는 공교육 위기론에 대해 저도 많은 얘기를 듣고 있고, 상당부분 공감하고 있습니다. 공교육 문제는 교육외적인 요인과 내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난 현상입니다. 특히 산업사회가 지식기반사회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학교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여 발생하는 것으로서 이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합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일류대 입학이 곧 출세의 보장이라는 학벌주의 문화가 만연하고 있어 이러한 문제가 보다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는 것입니다. 학벌이나 학력보다는 실력과 능력을 중시하는 풍토가 하루속히 뿌리내려야겠습니다. 정부는 경각심을 갖고 금년 중에 공교육 내실화방안을 마련하여 학생에게는 원하는 공부를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선생님들도 사명감을 갖고 즐거운 마음으로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나갈 것입니다.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국민들의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세미나, 토론회, 공청회 등으로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합의를 이뤄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최근 교원의 사기침체는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교원 사기 앙양을 포함한 정부의 교원정책 의지를 설명해 주십시오.
"선생님들이 열정과 사명을 갖고 제자들을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항상 '교육의 질은 교원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교육개혁의 성패 또한 선생님들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두터운 제자사랑이 교육발전의 밑거름이라고 믿습니다. 정부의 교원정책도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21세기 지식 정보화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성과 모험심, 知.德.體를 고루 갖춘 사람을 길러내야 하는 상황에서 선생님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우리의 아름다운 스승 존경의 전통이 퇴색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선생님들이 교육개혁의 주체로서 긍지와 보람을 갖고 교단에 서실 수 있도록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사기 진작, 사회적 존경풍토 조성 등을 담은 `교직발전종합방안'을 조속히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 교육개혁의 성공은 안정적 교육투자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현재의 교육재정 규모는 GDP 4.5%선에 머물러있고 OECD 수준과는 더욱 격차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안정적 교육투자를 위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교육재정의 GDP 6% 확충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국가재정 형편상 당장 실현하는 데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음을 우선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그러나 교육예산이 IMF 구제금융의 여파로 1999년도에는 GDP 대비 4.2%로 하락했지만 올해에는 4.52%까지 회복했습니다. 참고로 여타 OECD 국가의 경우 독일이 4.5%, 영국 4.6%, 미국 5.2%, 프랑스 5.8%, 일본 3.6%입니다. 지난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과 '교육세법'을 개정하여 올해부터는 매년 2조원 이상의 교육재정을 추가로 확보하였으며, 올해 교육예산은 25조6천5백억원으로 정부부문 예산중 그 비중이 가장 큽니다. 이와 같은 추가재원 확보로 OECD 수준의 교육여건 개선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2004년까지는 학급당 학생수를 초.중학교 35명, 고등학교 40명 수준으로 감축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내년부터 2004년까지 중학교 의무교육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도 도서.읍.면지역부터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 대학 교육개혁은 국가경쟁력의 모태가 됩니다. 'BK 21사업' 등을 통해 정부가 이를 적극 유도하려 하지만 그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 같습니다. 대학교육에 대한 개혁의지를 밝혀 주십시오.
"말씀하신 대로 21세기 지식 기반사회에서는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공급하고 고급인력을 양성해내는 대학의 역할이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 대학은 이러한 기대에 상당히 미흡한 수준입니다. 초.중등학교의 학력 수준은 세계 상위권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그렇지 못합니다. 과학기술분야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수만 보더라도 하버드대학이 1위, 동경대학이 2위입니다. 반면 서울대는 73위에 그치고 있고, 여타 대학은 더 말할 필요도 없는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에 대한 국가신인도 평가에서도 대학의 경쟁력이 특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력의 수준은 세계에서 11번째이고, 정보화는 선두의 위치에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대학의 수준은 매우 낮은 실정입니다. 이것은 국가 발전을 위해서도 그렇고 대학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부는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통해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기 위해 1999년부터 2005년까지 매년 2천억원씩 총 1조4천억원을 투입하는 BK21사업을 시작했습니다. BK21 사업은 우리나라의 대학과 여기서 양성되는 연구인력이 세계적 수준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특별한 의도와 각오로 시작한 사업입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할 것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대학 교육개혁의 주체는 대학 관계자들입니다. 교수 채용, 학사 운영, 연구활동, 대학경영 등 모든 영역에서 자율과 책임에 기초한 대학인 스스로의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대학 교수진도 국적과 출신교가 보다 다양해져야 합니다. 우수한 외국인 교수와 타 대학 출신 교수들이 함께 어울려 경쟁하는 가운데 진정한 학문의 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학생들도 우수한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고, 다양한 기준에서 학생들을 선발해서 서로 자극을 받으면서 더욱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하겠습니다. 정부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는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을 구분해 열심히 하는 대학에 더 많은 지원이 돌아갈 수 있도록 인센티브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입니다.
― 사회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교원 정당가입 허용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의향은 없으신지요.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습니다."
― 조령모개식 교육정책의 대표적 실례가 대학입시제도라 할만큼 해방 후 수십번 바뀌어왔습니다. 2002 대학입시제도 역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정부의 중장기 개선방향을 말씀해 주십시오.
"해방 후 우리의 대학입학제도가 자주 바뀐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제도는 시대 변화에 따라 불가피하게 바뀔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종전의 대입제도는 학생의 적성을 반영하기보다는 시험성적 중심으로 줄세우기를 해서 획일적으로 학생을 선발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국.영.수 중심의 고액과외가 성행하였으며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학생의 특기와 적성이 계발될 수 있는 여지도 거의 없었습니다. 새로운 대입제도에서는 대학이 학생의 다양한 적성과 소질을 반영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선발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학생의 특성을 중시하는 특별전형 선발비율도 전체 모집 인원의 32.3% 수준으로 대폭 확대되었습니다. 시행 과정에서 부작용이 없도록 전형 방법의 공정성과 면접.구술고사의 신뢰성 등을 확보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정부는 향후 수년 이내에 정보화 10대 선진국에 진입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정보화교육에 대한 대통령님의 복안을 말씀해 주십시요.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큰 성과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초.중등학교의 정보인프라 구축이 계획보다 2년 앞당겨 지난해 조기 완료됐습니다. 전국 1만여 초.중등학교에 전산망을 구축하고 모든 교실에 인터넷을 연결하였습니다. 34만 전 교원에게 1인 1PC를 보급하였습니다. 또한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저소득층 자녀 50만명에게 정보화 교육을 실시하였습니다. 그 중 우수한 학생 5만명에 대해서는 무료로 컴퓨터를 보급하고 인터넷 통신비를 지원하였습니다 그러나 정보인프라 구축이 우리의 최종 목표는 아닙니다.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 환경을 기반으로 학교 교육의 질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는 국민공통기본 10개 교과에 정보통신기술을 10%이상 활용토록 하였으며, 학생정보소양인증제를 고등학교에서 중학교까지 확대할 예정입니다. 또한 교원의 정보통신기술 활용능력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3년간 전체 교원을 대상으로 정보화 연수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정보통신기술 활용 교육자료를 지원하기 위해 멀티미디어 컨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에듀넷을 통해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교무업무와 교육행정·교육정보자료의 전산화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올 상반기 중에 '제2단계 교육정보화 종합발전 방안'을 수립하여 지식기반시대에 걸 맞는 교육모델을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활용하는 지식강국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 확대 개편된 교육인적자원부의 위상을 보다 확고히 하기위한 대책과, 해당부처간의 참여 저조와 부처 이기주의 등 예상되는 문제점의 극복 방안은 무엇입니까.
"교육과 과학기술, 직업훈련, 그리고 문화 등 인적자원 개발 관련 정책들은 개별 부처의 노력만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습니다.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개편하고 부총리로 승격시킨 것도 인적자원정책을 효과적으로 총괄 조정토록 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관계부처간 긴밀한 협조와 이견 조율을 위해서 지난해 12개 관계부처 장관급 협의체인 '인적자원개발회의'를 설치하여 교육인적자원 부총리가 의장을 맡도록 하였으며, 올해 4월부터는 제가 직접 주재하는 '교육인적자원분야 장관간담회'를 월 1회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올해 중 관계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중장기 국가인력자원개발기본계획'을 수립토록 하여 관계부처의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습니다."
―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합니다. 세 명의 아드님을 키우시면서 평소 강조하는 가정교육의 덕목은 무엇입니까.
"첫째는 하느님과 양심에 충실할 것, 둘째는 무엇이 되느냐 보다 어떻게 사느냐에 충실할 것, 셋째는 자기 운명은 자기가 개척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