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학고 교사와 학생들이 1년 반 동안 함께 매달린 연구가 세계적인 SCI 국제학술지 게재로 이어졌다. 대학 연구실이나 외부 기관의 도움 없이 학교 안에서 이뤄진 연구라는 점은 물론, 스승과 제자가 공동 연구자로 호흡을 맞춰 블랙홀 분야 난제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서울교육청은 23일 서울과학고 학생과 교사가 공동 수행한 연구 논문이 물리학 분야 SCI 국제학술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Modern Physics D’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논문 제목은 ‘A Constraint-Free Formulation of Black Hole Thermodynamics from the Field Equations’이다. 공동저자는 올해 2월 서울과학고를 졸업한 배이진·안건우·장근영 학생이며, 권용준 물리교사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는 블랙홀 열역학 제1법칙을 중력장 방정식으로부터 직접 설명하려는 물리학계의 오랜 과제에서 출발했다. 기존 연구는 블랙홀의 부피 변화와 외부 사건지평선만을 중심으로 접근해 회전하거나 전하를 띠는 복잡한 블랙홀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연구진은 부피 대신 엔트로피 변화를 장방정식에 도입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다. 엔트로피가 내부와 외부 지평선 정보를 모두 포함한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를 통해 구대칭이 아닌 일반적인 블랙홀과 고차 중력이론에서도 별도 제약 조건 없이 열역학 제1법칙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는 점을 증명했다. 이번 연구는 중력을 열역학적 현상으로 해석하는 ‘창발 중력’ 이론 확장에도 중요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성과는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교사와 학생이 장기간 공동 연구를 이어가며 얻은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학생들은 R&E(Research & Education), 졸업논문, 창의융합특강 등 서울과학고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연구를 발전시켰다. 특히 학생들이 일반상대론 관련 특강 개설을 직접 요청해 함께 공부했고, 2학년 때 시작한 연구를 졸업 직전까지 이어가며 논문으로 완성했다.
연구를 지도한 권용준 교사에게도 이번 연구는 의미가 남달랐다. 권 교사는 박사후연구원 시절부터 관련 주제를 연구했지만 당시에는 연구를 완성하지 못한 채 현장을 옮겨야 했다.
이후 서울과학고에서 학생들과 함께 R&E와 졸업논문 연구를 진행하며 다시 이 문제에 도전했고, 약 1년 반에 걸친 공동 연구 끝에 기존 연구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해석을 도출했다. 부피 대신 엔트로피 변화를 장방정식에 도입하는 핵심 아이디어 역시 연구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토론하며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문 심사 과정에서도 고교생 연구로는 이례적인 평가가 나왔다. 심사위원들은 “이처럼 정교하고 수준 높은 연구가 서울과학고 학생들에 의해 수행됐다는 것은 특히 인상적이며, 학생들의 뛰어난 재능과 훌륭한 지도를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연구에 참여한 배이진·장근영 학생은 “단순한 호기심이 국제 학술지 게재라는 결실로 이어지기까지 블랙홀 열역학 분야에서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해석을 더해가는 과정은 도전적이면서도 무척 흥미로웠다”며 “이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값진 배움을 얻었고 끝까지 이끌어주신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권 교사는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과 열정이 학교의 체계적인 수업 및 연구 활동 지원을 통해 훌륭한 결실을 맺었다”며 “학생들을 지도하며 스승과 제자가 함께 성장하는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