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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아주 특별한 토요일'을 만드는 선생님들

창신초교 교사들 '놀토' 반납하고 심화·체험학습
전교생 20%가 참여…학부모들 반응도 좋아

수업이 없는 토요일에도 학교에 나와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교사들이 있다.

서울 종로구 창신초등학교 교사 20명은 보름마다 돌아오는 토요 휴무를 반납하고 아침 일찍 학교에 나와 제자들을 만난다.

오전 9시부터 학생들과 함께 한 주 동안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심화해 정리하고 11시부터는 독서와 운동, 창의력 계발, 문화체험 등으로 팀을 나눠 체험학습을 한다.

종이접기와 한국화 그리기, 도미노 게임 등 실내에서 하는 체험학습 뿐 아니라 '탐험대'를 꾸려 인근 동망산과 덕수궁, 멀리는 서울숲까지 탐방한다.

'아주 특별한 토요일'이라고 이름붙인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은 전교생의 20%가 넘는 276명.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학부모의 95%가 '만족한다'고 답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선생님들이 '놀토'에도 학교에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학기부터.

학교는 시교육청에서 '좋은학교 만들기 자원학교'로 지정돼 각종 체험학습을 중심으로 토요휴업일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학생들은 김점옥 교장이 부임한 지난 3월부터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놀러도 다니면서 토요일을 더욱 알차게 보낼 수 있게 됐다.

김 교장은 처음에 학생들이 사는 창신동 일대를 돌아보고서 쉬는 토요일을 제자들과 함께 보내는 수준을 넘어서 학업능력 향상에도 힘써야겠다고 느꼈다고 했다.

창신초교는 서울 한복판에 있지만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 특성 상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이 별로 없다.

급식비를 지원받는 학생이 전체의 15.5%, 교과학습 부진아가 22.1%로 각각 서울시내 초등학교 평균의 배 가까이 된다. 자녀를 돌볼 만한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는 가정이 많다는 뜻이다.

토요휴무일 프로그램 운영을 맡고 있는 2학년 4반 담임 이미란 교사도 2007년 3월 이 학교에 처음 와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등교 시간에 한 학생이 교실로 허겁지겁 뛰어들어왔는데 자다 금방 일어났는지 눈곱도 채 떨어지지 않은 상태였고, 샌들 사이로 드러난 맨발에는 때가 까맣게 끼어있었던 것.

학생의 입에서는 "미싱 일을 하는 엄마가 새벽까지 일하고 주무시느라 늦잠을 자도 깨워줄 사람이 없다. 학교에 늦을까봐 세수도 안 하고 뛰어왔다"는 '변명'이 튀어나왔던 모양이다.

'아주 특별한 토요일'에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큰 힘이 됐다. 학생들을 하루 가르치기에는 15명 정도면 충분하지만 교사들의 지원이 줄을 이어 지금은 20명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체 교사 3명 가운데 1명 꼴로 토요일마다 학교에 나오는 셈이다.

창신초등학교는 오는 7월 1학기가 끝날 즈음 토요일에 학생들을 불러모아 뷔페를 열기로 했다. 이번 학기 토요일에 한 번도 학교에 빠지지 않아야 파티에 갈 수 있다.

학교 관계자는 "토요일에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고 교육격차도 해소할 수 있어 인근의 다른 학교에서도 부러워한다. 다음 학기에는 이 프로그램이 필요한 아이들을 참여시켜 '놀토'에 소외되는 아이들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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