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전 부산 동구 수정동 경남여고에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70대 할머니가 찾아왔다.
이 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서울에서 생활한다는 노덕춘(77) 할머니는 이 학교 조갑룡 교장에게 "후배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다"며 작은 주머니 4개를 꺼내 놓았다.
할머니가 조 교장에게 건넨 주머니 안에는 흔히 '골드바'라고 불리는 금덩이 4개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시가로 1억원이 넘는 고가다.
할머니는 "저처럼 몸이 아프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후배를 위해 써 달라"고 말했다.
지금 사는 동네도 재개발지역이어서 언제 철거될지 모른다는 할머니는 조 교장에게 "내가 후배들에게 꼭 해야 할 일인 것 같다"며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금덩이를 내놓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리고는 '공부 잘하는 학생보다는 어려운 학생, 부정맥이 있는 학생을 도와달라'는 내용의 학교발전기금 기탁서를 작성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식 대접을 하려던 조 교장의 권유를 뿌리친 할머니는 곧장 교정을 총총히 빠져나가 KTX편으로 상경했다.
노 할머니는 평생 부정맥이라는 지병으로 고생하며 결혼도 포기했고, 20여년 전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이후로 줄곧 혼자 살아왔다. 몸이 불편해 변변한 직장을 구하지도 못했고 가끔 노점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또 노점을 못할 처지가 되면 기초생활수급 지원금 45만원을 받아 생활하면서도 모교 사랑을 잊지 않았다고 조 교장은 귀뜸했다.
조 교장은 "할머니가 경남여고를 다녔다는 데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고 계셨다"면서 "조만간 관련 회의를 열어 금 덩어리를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제 짐을 벗었다"는 말을 남기고 교정을 떠나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고 조 교장은 한참 동안을 눈물을 흘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