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완상 장관이 취임사와 대통령 업무보고 자료에서 사용, 논란을 일으켰던 '창발성'이란 용어가 정작 교육부에서조차 외면 당하고 있다. 한국교총이 우리 나라에서는 교육적으로나 일상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북한에서만 널리 쓰이는 말이라며 사용중단을 촉구하자 사전에도 나와있다며 계속 쓰겠다고 고집한 교육부가 이 말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3월15일 교총이 '창발성 교육, 실체는 무엇인가'라는 성명을 통해 "일상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북한 헌법, 노동당 규약 등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용어가 아무런 검증 없이 교육정책의 핵심으로 도입돼 교육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며 사용중단을 요구하자 이를 교총의 딴지걸기 등으로 폄하하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었다. 당시 한 장관은 "창발성이란 뉴턴적·콜럼버스적 발상 같은 엉뚱한 생각과 행동으로 새롭게 이루어 내는 것"이라며 "북한에서 창발성이라는 말을 쓴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창발을 '남이 모르거나 하지 아니한 것을 처음으로 또는 새롭게 밝혀 내거나 이루는 일'로 풀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논란이 된 '2001년도 대통령 업무보고' 보도자료(3월17일) 이후 7일까지 발표된 42건의 공식 보도자료나 일선에 시달한 공문 등에서 이 용어를 한번도 사용하지 않고 대신 '창의성'이라는 표현만 쓰고 있다. 교육부는 '학교정책협의회 전체회의 개최 보도자료'(5월9일)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창의력과 더불어 살아가는 풍성한 인성을 가르칠 수 있는 따뜻한 학교공동체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해보자"고 말한 한 장관의 인사말을 소개했다. 또 '올해의 스승상 제정운영 보도자료'(5월15일)에서도 스승상 제정 목적을 "초·중등교육 분야에서 공익적 인간, 창의적 인간 그리고 온정적 인간 육성에 전념한 우수교원을 발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도교육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창발' '창발성' '창발력'을 전혀 쓰지 않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박헌화 중등교육과장은 "시교육청에서는 창발성이라는 말을 어디에도 사용하지 않았다"며 "창의성이라는 좋은 말이 있는데 굳이 다른 말을 쓸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조성윤 경기도교육감은 4월11일 열린 교육감선거 후보자초청 토론회에서 "재선돼도 창발성이라는 말을 사용할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와 관련 황석근 한국교총 대변인은 "창발성은 북한에서 상용되는 말로 우리의 교육정책 주요개념으로 쓰이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장관이 썼다고 해서 면밀한 검토 없이 이를 정책 슬로건화하는 교육부의 행태도 문제"라고 말했다. 황 대변인은 또 "한 장관은 교육부나 시·도교육청 어디에서도 사용하기를 꺼리는 이 말의 사용을 자제, 학교교육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낙진leenj@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