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고교생의 70% 정도가 교사로부터 체벌을 당한 적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지난해 6~7월 국내 중·고교생 660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교사로부터 신체적 체벌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란 물음에 전체 응답자의 69.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고 26일 밝혔다. 10명 중 7명 정도가 체벌당한 경험이 있는 셈이다.
체벌 빈도를 묻는 항목에서는 '1년에 1~2회 정도'가 응답자의 28.1%로 가장 많고 이어 '한달에 1~2회 정도' 22.0%, '일주일에 1~2회 정도' 12.2% 등 순이었다. '주 3회 이상' 체벌을 받았다는 학생도 7.4%에 달했다.
교사의 체벌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남자 중·고교생은 75.3%로 여자 중·고교생(63.7%)보다 10%포인트 넘게 많이 나왔다.
부모로부터 신체적 체벌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응답자의 52.8%를 차지한 가운데 남자는 51.2%, 여자는 54.5%가 각각 1회 이상 체벌을 당했다고 답했다. 부모로부터 체벌을 당한 비율은 중학생(58.1%)이 고교생(48.1%)보다 훨씬 높았다.
청소년정책연구원이 같은 기간 초등학생 2889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서는 42.4%가 부모로부터, 25.3%가 교사로부터 '1년에 1~2회 또는 그 이상의 체벌 경험이 있었다'고 각각 답했다.
초등학교에서 교사 체벌은 여자 어린이(19.6%)보다 남자 어린이(30.5%)에게서 11%포인트 정도 높게 나타났다.
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08년 전국 중·고생 2276명을 대상으로 '지난 1년간 선생님으로부터 체벌을 받은 적이 있는가'라고 설문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76.8%가 '1회 이상 체벌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조사에서 부모로부터의 체벌 경험 비율은 46.2%였다.
그러나 2008년 스웨덴 연구기관의 협조를 구해 스웨덴 중·고생을 대상으로 우편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508명 중 98.6%가 '교사로부터 체벌 경험이 전혀 없다'고 응답해 대조를 보였다.
스웨덴 청소년은 부모로부터 체벌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6.5%에 그쳤다.
김영지 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에서는 체벌 없이도 교육할 수 있어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생은 체벌을 해야만 정상적인 교육이 가능하다는 '체벌 필요 논리'에는 설득력이 부족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아동·청소년의 지도 과정에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이 왜 꼭 체벌이어야만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민주적이고 인간적인 지도와 훈육이 가능하고 교사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학교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