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하 선생님, 당신은 50년대에 청주고를 졸업한 학생들에게는 가슴에 큰 자리 매김하고 계신 존경받는 스승님이셨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학생들의 성화에 못 이겨 들려주시던 지난 이야기. 일제 때 충남 병천에서 일어난 3.1만세 사건과 연루되시어 서대문 형무소에서 옥살이를 마치고 나오신 후 산사(山寺)에 들어가셔서 학문에 몰두하시고 그 후 50년대 청주고에서 10주년을 맞으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한문시간이면 그 말의 출전과 어원까지 밝혀 주시며 폭넓고 깊이 있는 강의와 흐트러짐 없으신 인자하시면서도 단정하신 모습은 인격적으로 저희들을 압도하셨으며 질풍노도와 같은 저희들이 인격적으로 성장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신 스승님이셨습니다. 50년대 가난과 혼돈의 시대에 청소년기의 야생마 같은 저희들을 길들여 주셨으며 '높은 길'로 시작되는 청주고 교가를 작사하셨고 교지의 제호를 문봉(文鋒)으로 삼으셨으니 청고인의 맥박 속에 선생님께서는 영원히 자리 매김하고 계십니다. 교직에 몸담은 후 출람지예(出藍之譽)를 보람으로 정열을 쏟아 저희들을 지도해 주시던 선생님의 모습을 그리며 학생들과 동고동락했고 사표(師表)로서의 선생님의 모습을 닮아 가려고 노력하다보니 이룬 것 없이 교직 3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스승과 제자의 만남은 인격적 만남이어야 하고 평생토록 끈끈한 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스승은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진정한 인생의 인도자로서 정성껏 가르치고 학생들은 항상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배움에 임해야 한다. 평범한 스승은 말을 하고 좋은 스승은 설명으로 하고 우수한 스승은 모범을 보이고 위대한 스승은 감화를 준다"는 선생님의 말씀, 항상 마음에 두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뵐 수 없기에 더욱 그리운 선생님, 오늘도 저는 선생님의 귀한 가르치심 마음에 새기며 교직자의 자세를 바로 잡고있습니다. 김 재 영 청북 청주 청운중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