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재단이 '교육환경 개선'을 명분으로 사업 의지를 꺾지 않고 있는 반면 자연보존 원칙을 내세우며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현장 농성을 벌이면서 시공사 측과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급기야 지난 15일 벌목을 말리던 주민이 용역업체 직원의 전기톱에 발목을 다치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더 증폭되는 것은 물론 법정 공방으로까지 이어질 양상이다.
17일 성미산주민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건설 승인을 취소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소장을 서울행정법원에 낼 예정이다.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성미산은 겉보기에는 높이 66m의 평범한 동네 뒷산이다.
그럼에도 천연기념물인 소쩍새와 붉은배새매가 살고, 지역 전체에 생물 다양성이 뛰어나다는 뜻의 '비오톱(biotop) 1등급 판정을 받을 만큼 자연보존 상태는 서울에서 손꼽을 정도로 좋다.
이 때문에 성미산 주변에는 산의 자연환경에 큰 애착을 가진 주민이 많다.
주민들은 실제 2001년 한양대 재단과 서울시가 성미산 일대에 아파트와 상수도 물탱크 건설을 추진할 때 자연보존이라는 명분 하에 지역 공동체 '성미산 마을'을 중심으로 뭉쳐 산 정상에서 천막 농성을 벌인 끝에 사업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성미산 부지를 둘러싼 분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부지가 2006년 홍익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홍익학원에 매각됐으며, 재단이 홍익대 서울캠퍼스 안에 있는 부속 초등학교와 여중·여고를 이 부지로 이전하는 계획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서울 주요 대학 중 최악의 공간 난으로 악명 높은 홍익대는 부속학교 이전 사업이 성사되면 교정 부지가 13% 늘어나는 효과를 거두고, 낙후된 부속학교들의 교육환경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재단은 이를 위해 지난 5월 시 교육청의 건축승인을 받고 공사에 착수했으나 역시 '성미산 녹지의 20% 이상을 없애는 사업을 용납할 수 없다'는 주민들의 반발에 부닥쳤다.
주민 대책위는 공사현장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주변 나무를 베고 터를 다지던 시공사 측 직원들과 수차례 물리적 충돌도 일어났다.
이에 마포구청은 지난 3일 '당사자 간의 갈등이 심하다'며 공사현장에 시공사의 중장비가 다닐 수 있게 해주는 도로점용 허가 결정을 전격 유보해 재단과 시공사가 덤프트럭과 굴착기 등을 배치할 수 없게 됐지만 벌목 등 기초 작업이 진행되면서 양측의 충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구청은 재단과 대책위를 중재해 갈등을 풀겠다는 방침이지만, 교육환경 개선과 자연보호라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려 여전히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치웅 대책위 위원장은 "공익을 추구하는 교육기관이라면 무리한 공사를 포기하고 성미산을 생태공원으로 보존하는 길을 택해야 한다. 행정소송에서도 이런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홍익대 측 관계자는 "초·중·고 이전으로 교육여건이 좋아진다는 학부모 의견도 많다. 대책위의 반대의견을 지역 주민 전체의 뜻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사업 강행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