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부터 단계적 도입을 추진했던 AI디지털교과서(AIDT)가 준비 과정과 검정 절차 전반에서 다수의 미흡 사항이 확인됐다. 정책 추진 초기 단계에서 충분한 검증 절차가 확보되지 않았고 그 부담이 학교 현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16일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감사 주요 결과’를 발표하고 도입과 검정과정에서 6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모두 해당 기관장에게 주의 조치를 요구했다. 이번 감사는 국회 요구에 따라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월 교육부의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통해 2025년 AIDT도입이 공식화됐지만 당시 계획에 있던 2024년 시범운영이 이후 일정 조정 과정에서 시범운영은 제외되고 현장적합성 검토로 대체됐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새로운 형태의 교과서를 도입하면서 효과성과 문제점을 사전에 충분히 검증할 기회가 확보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장적합성 검토는 개발과 검정 일정이 늦어지면서 당초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었고 검토 시점도 학기말과 방학에 집중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여건 속에서 교사들이 수업 현장에서 AIDT를 충분히 적용·검토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검정 절차의 준비 부족도 주요 문제로 언급됐다. 감사원은 AIDT가 기술 요소를 핵심으로 하는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기술규격과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2023년 8월 검정실시공고가 이뤄졌다고 적시했다. 이로 인해 발행사들은 명확한 기준 없이 개발을 진행하다가 이후 제시된 기준에 맞춰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하는 상황에서 질적 저하가 초래됐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는 교과서 사업일수록 기술기준을 먼저 확립한 뒤 검정 절차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발행사들의 개발 부담이 커졌고, 일정 지연과 품질 저하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고 덧붙였다.
재정 부담 문제 역시 감사 대상에 포함됐다. 교육부가 AIDT 구독료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기준재정수요에 포함시키는 과정에서 시·도교육청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방교육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재정 여건을 면밀히 검토하고 충분한 협의를 거쳐 추진했어야 했다는 취지다.
검정 과정의 공정성과 관리 체계에도 허점이 확인됐다. 검정 과정에서 발행사명이 노출된 사례가 있었음에도 이를 부정행위로 명확히 판단하지 않고 합격 처리한 점을 문제로 들었다.
또 AIDT 심사본이 발행사 자체 클라우드 환경에서 운영되면서 검정 기간 중 수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관리·기술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사항으로 꼽았다. 실제로 수정 의심 사례가 보고됐지만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기록과 절차가 충분하지 않아 부정행위 여부 판단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검정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사안”이라며, 관련 기관들이 부정행위 여부를 엄정하게 가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는 AIDT 정책이 단기간 내 추진되는 과정에서 정책 설계, 현장 검증, 재정 협의, 검정 공정성 등 여러 단계에서 구조적 취약점이 확인됐다”며 “향후 유사한 정책을 추진할 경우 시범운영을 포함한 사전 검증 절차를 충실히 거치고, 공정하고 투명한 검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