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를 졸업한 장애 학생 학부모님의 특강을 듣다보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서..”
약속 시간에 맞춰 교장실에 달려 들어오는 박온화 서울중현초 교장의 눈가가 촉촉했다. 자리에 앉은 박 교장은 특수학급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다른 학교에 비해 장애학생들이 많습니다. 8명씩 2학급을 운영하고 있지요.”
서울중현초는 올해 교과부 학생오케스트라 사업의 대상 학교로 선정됐다. 오케스트라 참가 학생 64명을 모집해 지난달 23일 발대식도 치뤘다.
“장애학생뿐 아니라 조손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 저소득층 가정 자녀 등 우리 학교에는 어려운 학생들이 많은 편입니다.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평소에 접하기 어려웠던 악기들을 배우는 데도 의미가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아이들이 여러 악기가 어우러져서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는 것을 배웠으면 합니다. 악기의 모습이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하나하나가 모여 위대한 소리를 낸다는 것을요.”
그는 4년 전 처음 교장으로 발령받아 왔을 때 위축돼 있거나 그늘진 얼굴의 학생들이 많아 안타까웠다고 했다. 아이들의 사기를 북돋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던 박 교장은 매년 10~12월 전교생을 대상으로 ‘교장실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기타 치는 선생님’으로 유명한 박 교장은 교장실 수업에서도 기타를 꺼내들었다.
“한반 학생들이 모두 교장실로 와서 수업을 합니다. 주의력이 산만하거나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은 가까이에 앉히지요. 딱딱한 훈화 대신 알록달록한 모자나 산타 복장을 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아이들과 교감하는 겁니다.”
4년간의 교장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서서히 달라졌다.
“무뚝뚝하고 사기 떨어진 모습의 아이들이 밝아지고 인사 잘하고 자신감이 늘어났어요. 인근 중학교 학생회장도 우리 학교 출신 아이가 됐대요.”
박 교장이 학생들에게 들려준 것은 노래뿐만이 아니다. 교장실 수업에서는 매 수업마다 수업지도안이나 자료를 직접 작성해 인성 교육도 함께 진행한다.
“학년마다 수업에 차별화를 두긴 하지만 작년에는 다양한 모양의 초를 밝히고 여러 가지 모습이 함께 어울러져 불을 밝히면 더 예쁘다는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사는 삶이 아름답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박 교장은 교사 시절에도 수업 시간에 음악을 항상 곁에 뒀다. 40여 년 전 교대 재학 때 동아리에서 배웠던 기타가 교직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
“수업 내용 중에서도 필요하다 싶은 부분은 노래로 가르쳤고 아이들의 주의를 집중시키기 위해 기타를 이용했어요. 1~2분 정도 학생들과 눈을 맞추면서 노래한 후 수업을 하게 되면 호기심이 발동해 집중하게 되고 수업 내용에 몰입하지요. 특히 공부에 흥미가 없고 부산한 아이들에게 효과가 좋아요.”
교직 경력 40여년의 박 교장에게 교육철학을 묻자 “아이들을 사랑하는 일관된 마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덧붙인다면 교사들에게는 자신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꼭 있어야 합니다. 제게는 그것이 음악인 셈이죠. 교사 스스로 행복하고 다른 이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학생들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