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어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은어란 본뜻을 숨기고 자기들끼리만 알고 남이 모르도록 만들어 쓰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은어는 야유나 비속어, 풍자적 표현이 주류를 이룬다. 1970년 3월 30일자 새한신문(한국교육신문 전신)에는 인천교대(경인교대 전신) 3명의 학생이 초등학생들의 언어지도자료를 만들기 위해 한 실태조사 결과를 ‘놀랍고도 깜찍한 은어들’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어머니 뱃속에서 여덟달 반 만에 태어났다는 뜻으로 좀 모자라는 사람을 가리켜 ‘광복절’, 공부를 못하는 아이를 ‘양가집 자녀’라고 하는 것은 성적표를 받았을 때 ‘양’ ‘가’를 많이 받기 때문, 학급의 평균성적을 낮춰 놓는다든지 남의 것을 뺏는 아이를 가리켜 ‘인간송충이’이라 한다. ‘붕어띠’란 말은 붕어는 물을 먹고 사는 살기 때문에 술을 좋아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어머니가 훈계하는 것을 ‘짱알댄다’라고 한다. 이것은 어머니의 얘기를 귀찮은 소리로 묵살하려는 의도. 인물이 제멋대로 조화 없이 생겼다고 해서 ‘자유당’, 조물주가 만들다가 실수해서 흉하게 잘못 만들었다고 해서 ‘조물주의 실패작’이라 한다. 남의 작은 실수를 꼬집는 말로 ‘무식이 통통튄다’ ‘무식이 탁구친다’ ‘무식이 깔렸다’고 하고, 상대편을 위협할 때는 ‘코피로 세수해야 알겠니 마!’라고 한다. 이런 정도의 은어들은 애교적이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일 것이다.”
기사 말미에는 “은어가 학생들의 불만을 무의식적으로 폭로하고 있기는 하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하면서, “억압만 할 것이 아니라 될 수 있는 한 좋은 교우관계를 가질 수 있고 이런 집단 속에 낄 수 있도록 보살펴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는 달리 요즘 우리 학생들의 은어는 국적 불명에 압축적이고 극도의 욕설에 가까운 비속어 특히, 인터넷언어는 상식으로는 전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금년 5월 30일자 본지에는 “학생들의 언어문화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학생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건전한 언어문화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의 ‘학생언어문화 개선 선포식’을 보도한 바 있다. 이에 앞서 1월 17일자 신문에는 “초중고생 1260명 중 925명(73.4%)이 매일 욕설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욕설을 하지 않는 학생은 5.4%에 불과하다”는 기사가 게재됐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정서에 나쁜 영향을 주는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걱정해야 하는 수준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