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 처한 미국 정부가 직업훈련이나 기술학교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기술을 배우려는 학생들이 고등학교조차 제대로 졸업하지 못할 지경에 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인들의 전체 학력수준을 높인다는 계획 아래 교육 분야 구조개혁을 하고 있다.
대학을 비롯한 정규학교에 대한 지원을 늘림으로써 미국 사회 전반의 대졸자 비율이 높아지도록 만들고 대신에 직업훈련이나 기술학교 등에 대한 지원은 줄인 것이다.
그 결과 2012 회계연도의 전체 교육예산은 11%가 증가했지만 직업 및 기술학교 지원 예산은 20%나 줄어 10억 달러 조금 넘는 금액을 배정했다.
이처럼 정부 지원이 줄어들 경우 학교에서 제대로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학교 입장에서는 산업체에 학생들을 보내 일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 유일한 방책이다. 그러나 취업도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학교가 돈벌이 수단으로 학생들을 이용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어 이 마저도 쉽지 않다.
미국에서는 현재 학생 4명 가운데 1명 가량은 고졸 미만의 학력으로 사회에 나온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유일하게 사회진출에 대비해 할 수 있는 것이 기술습득이지만 이런 당국의 교육방침 때문에 기술을 배우는 것도 쉽지 않게됐다.
노스 캐롤라이나주 그린스보로에서 기술학교에 다니는 매튜 켈리군도 이런 예산삭감 때문에 장래 진로가 불투명해졌다.
켈리군은 검사 결과 지능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돼 숙제를 자주 빠뜨리는 바람에 간신히 유급을 면했다.
그의 부모는 모두 직장에 나가 켈리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 가정형편이 매우 어려워 집도 없이 모텔에서 지낸 적도 있다.
전직 간호사인 그의 모친은 켈리군이 학업에 뜻이 없어 고교 졸업도 하지 못할 것을 우려했다.
하지만 진로상담사는 켈리군이 인근의 기술학교에서 기술을 배울 것을 권했고 이에 흥미를 느낀 켈리는 자동차 정비와 전자장비, 금속기술 등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켈리는 "이런 실용적인 일이라면 나도 꽤 잘할 수 있다"고 자신있어 했다.
켈리는 오는 가을에 인근 지역단과대학에 진학해서 학사학위도 딸 예정이었다. 그리고 사회에 진출해서는 자신의 자동차 수리점도 열 포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기술학교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켈리의 꿈도 좌절될 위기를 맞고 있다.
독일이나 덴마크, 스위스 등 유럽국가들은 모든 연령대 사람들에게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청소년 가운데 상당수도 직업학교를 택해 사회에서 써먹을 기술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기술학교가 학업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이 다니는 곳으로 인식되곤 한다.
안 던컨 미 연방 교육부 장관은 지난 4월 주립기술학교장 총회에서 한 연설에서 "연방과 지자체의 재정사정이 모두 열악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기술학교에 종사하는 분들이 기금모금을 강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