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Real love 로봇으로 태어난 데이빗은 불치병으로 냉동실에 있는 친아들을 대신하기 위해 모니카에게 입양됩니다. 모니카는 이미 프로그램된 데이빗의 내장형 칩에, 각인을 합니다. 이 각인에 의해 데이비드는 모니카를 "엄마"라고 부릅니다. 각인된 프로그램은 '사랑 받기'를 원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Let it be 친아들이 돌아옵니다. 자신과 다르게 대우받는 아들을 보며 데이빗은 아들의 행동양식을 그대로 답습하려 노력합니다. 모니카의 머리카락을 자르면 사랑을 얻을 수 있을거라 말하는 아들에게 데이빗은 “난 그렇게 하도록 허락되어 있지 않아”라며 인간을 해치지 못하도록 프로그램된 자신을 표현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로봇의 정체성이라면, 그 정체성에 강요를 가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 입니다.
Help & Lady Madonna 모니카는 데이빗을 버립니다. 로봇 파괴게임에 끌려간 데이빗은 “난 소년이란 말이야!”라고 절규합니다. 자신이 인간이 아니기에 모니카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 데이빗은 동화 속 '피노키오'를 인간으로 만들어준 푸른요정을 찾아갑니다. 물에 잠긴 도시 한복판의 놀이공원에서 찾은 푸른요정 앞에서 데이빗은 자신을 인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간절히 부탁합니다.
A day in life & She always loves you 2000년의 세월이 흐르고, 빙하가 찾아와 인간은 멸망합니다. 유체 사이보그에 의해 발견된 데이빗은 모니카를 돌려달라고 요구합니다. 하루만 허락된 삶. 그 하루동안 데이빗은 모니카의 사랑을 받습니다. 그리고 데이빗은 모니카와 함께 영원한 잠에 빠져듭니다.
All you need is love 신이 인간에게 원한 것은 '사랑하라' 였습니다. 성경의 일관된 흐름은 사랑을 베풀라는 것입니다. 로봇은 인간이 편하고자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그 프로그램은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을 겁니다. 데이빗은 모니카의 친아들을 '질투'했습니다. 그와 똑같이 '사랑 받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데이빗에게 입력된 프로그램은 인간인, 우리가 원하는 '사랑의 방정식'이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