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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시네마 편지> 메멘토

"기억의 강은 역류할 수 없다"

우리는 무엇으로 시간을 의식하는가. 우리에겐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있고, 그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끊임없이 미끄러져 간다. 현재는 현재라고 느끼는 순간 과거가 되고, 미래는 어느덧 현재가 되어 있다. 그렇게 시간은 강물처럼 흐른다. 그 흐름은 어떻게 인식될 수 있을까.

우리가 시간을 의식하는 한 가지 방법은 기억이다. 우리가 시간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면, 즉 시간이 정지된다면 삶도 없어지는, 반대로 죽으면 시간이 없어지는, 그렇게 시간의 선상에서 살게되어진 운명이라면, 그리고, 시간은 기억으로 의식된다면, 결국 우리는 기억하므로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기억한다, 고로 존재한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을까.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나는 도대체 누구인지를....

과연 우리의 기억력이라는 것이 그렇게 믿을 만한 것일까요. 우리는 삶의 대부분의 것을 기억에 대한 확신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오늘은 몇 년 몇 월 몇 일이며, 무슨 요일이며, 출근 시각은 몇 시이며, 내가 타야 할 지하철은 몇 호선이며, 내가 가야할 곳은 어디인가 하는 가장 일상적이며 기본적인 것, 그런 기억들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확신이 서는 기억이 사실은 우리 자신이 취사선택하고 짜깁기한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다면….

레너드는 10분전의 일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단기기억상실'이라는 설정 자체가 모순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 우리 모두는 레너드와 같은 기억 상실증 환자인지 모릅니다. 아니 우리 모두는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습니다. 살아온 세월의 모두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요.

적당히 기억하고, 적당히 잊어버리며, 기억하는 것을 기반으로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면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 영화 '메멘토'는 무엇을 기억하라(memento)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요. 영화를 보는 것도 하나의 경험이라는 전제 하에 말하자면, 이제 그 영화를 본 기억, 그 영화에 대한 우리의 기억, 제가 이렇게 얘기하는데 바탕이 되는 기억은 어떠할까요. 그 역시 영화를 본 제 주관에 의해 편집된 결과물에 지나지 않겠지요.

인류는 일찌감치 '기억력의 사실 기록'이라는 역할이 신통치 못하다는 걸 깨닫고 문자를 발명했습니다. 저마다 다른 느낌과 감정으로 경험한 똑같은 사실이 여러 사람에 의해 진술되었을 땐, 그 내용이 각자 조금씩 다르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입니다. 열 명이 똑같이 이 영화를 봐도 결국 모두는 각자의 '영화 메멘토'를 기억할 뿐이지 그 영화 자체는 아닐 것입니다. 이미 영화를 보는 순간부터 그 영화는 감독의 영화가 아닌 각자의 기억력에 기댄 각자의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기억력의 사실 기록에 대한 의문만이 아닌, 그러한 기억을 주관에 의해 가공하며 조작하는 일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 자신들에 대한 반문까지 이야기하는 듯 합니다. 아, 이건 어디까지나 제가 본, 저의 주관에 치우친 메멘토(memento)입니다. 여러분에게 메멘토는 어떤 기억을 남겼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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