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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선생님 기소하면 누가 담임하겠나”

▨교사 직무유기 논란 서울 S중은 지금…


학교폭력을 방치한 혐의로 담임교사가 처음 불구속 입건돼 논란이 뜨겁다. 학부모의 학교방문 날짜, 학부모의 항의 횟수, 교사의 학생 지도 여부 등 쟁점별로 학부모 측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사상 초유의 사건을 겪고 있는 서울 S중의 A교장은 이례적으로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교총 학교폭력 근절 기자회견에 참석해 “학부모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으며 경찰 수사에도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공식 해명하기도 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S중을 찾았다.

14일 서울 S중은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인터넷에서 학교 관련 기사를 확인한 교원은 물론 행정실 교직원까지 굳은 표정으로 삼삼오오 사건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B교감은 “이번 사건으로 선생님들의 동요가 심하고 마음이 정리되지 않아 학교 일을 제대로 해 나가기가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경찰, 반 학생 30여명 조사 
3개월 수사로 모두 지쳐

지난해 11월 이 학교 C양(당시 14세)이 자살했고,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D담임교사(40)가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면서 이 사건은 S중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경찰은 C양 반 학생 30여 명을 조사했고 폭행 혐의로 동급생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3개월여의 경찰 조사, 일부 언론의 선정적 보도로 담임교사는 물론 교장·교감은 이미 지친 상태. E생활지도부장은 급기야 병원 신세를 졌다. A교장은 이제 항상 수첩을 들고 다닌다. 찾아오는 방문객의 이름과 시간, 내용을 적기 위해서다. 교장실 전화도 통화기록이 남는 것으로 교체했다.

7개월 전 일…방문 날짜 혼동
일부 언론 ‘조작’ 운운해 상처


A교장은 “담임교사가 관련 사실을 꼼꼼히 기록해놓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경찰의 말대로 C양을 방치하거나 직무유기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학교가 경찰서나 법원도 아닌데 하루에도 몇 번씩 이어지는 학생들의 다툼과 생활지도, 학부모와의 통화, 방문 등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기는 어려운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학부모의 첫 방문 날짜가 4월 14일이냐, 26일이냐 논란을 빚었던 것도 7개월 전 일이고, 정확한 기록이 없어 생활지도부장의 개인 수첩에 기록된 날짜를 확인하고 당시 상황을 하나하나 짚어 가며 기억해내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인데 언론에서 이것을 두고 ‘조작했다’는 표현을 쓴다”며 “순식간에 범죄자로 몰린 기분”이라고 털어놓았다.

곁에서 지켜본 동료들 “착잡하다”
학생 “선생님 죄인 취급 이해 안 돼”

동료 교사들은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E교사는 “교사에게 ‘직무유기 혐의’가 해당된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한 일”이라며 “동료 교사가 이런 경우를 당하고 보니 모든 학생의 문제행동과 생활지도의 책임이 오롯이 교사에게만 있다면 과연 앞으로 학생 지도를 어떻게 해야 하나 자신이 없어지고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고, 가정환경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데 어떻게 그 책임은 교사가 지느냐”면서 “학부모의 진술과 다른 부분을 해명해도 학교가 변명한다고 말한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F교사도 “교사는 아이들을 교육적인 관점에서 보고 교육자의 양심으로 지도하는데 검찰이나 경찰이 학교를 법 조항, 증거 등 사법적인 잣대로 판단한다면 거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교사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신학기에 C양의 반이었던 학생들의 상처나 충격을 어떻게 다독여야 할지 걱정하는 사람은 교사들밖에 없다”고 했다.

학생들도 동요되기는 마찬가지다. 난생처음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는 C양 반의 G양은 “경찰서에서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말 한마디가 친구의 잘못으로 오해될까 봐 불안하고 힘들었다”며 “반 친구들은 아직도 우리 선생님이 왜 죄인 취급을 받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고 했다. H양은 “아이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데 선생님이 어떻게 말리느냐”면서 “정말로 C의 자살을 선생님이 사전에 예측하고 막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A교장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면 학교평가 점수에 불리하다지만 우리 학교는 지난해 20번 가까이 열 정도로 평소 학교폭력 문제와 처리에 관심을 쏟았다”며 “피해사실을 서면으로 제출할 것을 학생, 학부모가 모두 거부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열지 못한 단 하나의 사건으로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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