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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여름방학, 사교육은 불안심리 자극하는데…

[It's NEAT-④ 공교육 vs 사교육]

교과부가 올해부터 국가영어능력시험(이하 NEAT)을 2013년 대입 수시모집에 반영키로 한데 이어 대학입시에 NEAT 활용 비중을 확대하기로 했다. 아직 NEAT의 수능 대체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일부 대규모 학원가를 제외하고는 그동안 학원가의 움직임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다. 그러나 여름방학 시작과 함께 일선 학원들이 앞 다퉈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 대비반’을 개설하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해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사교육과 공교육 현장을 대비해 취재했다.

학원가 설명회·특강 등 본격 홍보전
“쉽다지만 변별력 없어…어려워질 것”
                    vs
"NEAT는 수능처럼 1~2점으로 등급
나뉘는 시험 아닌 성취수준 절대평가”





지난달 한 어학원은 중앙 언론사까지 끼워 서울GS타워에서 학부모들의 높은 관심 속에 ‘제1회 NEAT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참석한 학원 원장들은 자체 개발한 말하기·쓰기 학습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NEAT 분석과 대비법을 안내했다.

포럼에 참석한 박정호 아이위너 어학원 원장은 “NEAT가 쉽다고는 하지만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넘어갈 때도 처음에는 쉬웠지만 결국 다시 어려워졌던 것을 기억하면 된다”며 “학원가에서는 NEAT도 비슷한 경우일 확률이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이어 “우리나라 영어교육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2급 A레벨 취득자 비율이 너무 높아지면 대학에서는 변별력을 문제 삼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구 박정어학원 오지현 교수부장은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찾는 가장 큰 이유이자 장점으로 “개별화 지도가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원어민 비율이 20%가 넘고 교사 1인당 6~7명의 소수 정예 수업 환경을 갖췄기 때문에 작문 첨삭이라든지 피드백 등 연습량에서 학교 수업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 부장은 “최근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중3만을 대상으로 하던 NEAT 및 말하기·쓰기 중심 수업을 중2까지 확대했고 수강생도 200명 가까이 늘어났다”며 “오프라인 수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온라인을 통해 첨삭·교정해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적용했고 이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이위너 어학원 송애란 부원장은 “여름방학 시작과 함께 NEAT반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지난주까지 6~7번 정도의 NEAT 설명회를 개최했고 학부모들의 관심도 매우 높았다”고 설명했다. 송 부원장은 “다른 학원들보다 조금 앞서 NEAT반을 개설했기 때문에 설명회를 여는 등 홍보에 집중하면서 수강생을 확보하고 있다”고 상황을 알렸다. 교과부는 22일 “방학 시작과 함께 NEAT 관련 고액학원에 대한 대대적 실태조사 및 단속에 착수하고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할 것”을 밝혔지만, 학원가는 여름방학 특강 등을 선보이며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어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교육과정평가원 신동광 출제연구실장은 “변별력 운운하는 것은 NEAT의 기본도 모르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신 실장은 “NEAT는 수능처럼 1~2점으로 등급이 갈리는 시험이 아니라 성취수준을 확인하기 위한 도구적 성격의 절대평가”라고 강조했다.


비싼 학원 안다녀도 전교생 ‘실전’처럼…
경기 안양 인덕원중: NEAT교실 구축, 2학기엔 정규수업




“얼마 전까지 학원에서 NEAT 대비반을 수강했었어요. 비싼 학원비가 부담 됐어도 뒤쳐지지 않으려면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는데 이제 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어졌어요.”(윤선용·2학년)

경기 인덕원중은 13일 ‘NEAT 교실’을 완공하고 방과 후 수업시간에 NEAT 대비반을 개설해 학생들에게 말하기·쓰기 훈련을 시키고 있다. 60명 모집에 100여 명이 신청을 해 시험을 통해 학생을 선발했다. 이 학교 송정숙 영어부장은 “EBSe를 활용해 수업하고 있는데 직접 말하기․쓰기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수업에 비해 학생들의 집중도와 열의가 매우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인덕원중은 2학기부터 정규 수업시간에도 NEAT 대비 수업을 포함할 예정이다. 전교생들은 적어도 2주일에 한 번 정도 NEAT 수업의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다.

성선영 인덕원중 교장은 “시험장으로 지정된 고교의 경우 모든 시설을 구축해 놓지만 장비 손상을 우려해 평가실에서 수업은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학생들이 다소 거칠기 때문에 기자재 파손이 잦은 것은 당연한 것인데 막기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성 교장은 이어 “진정한 의미의 교육을 위해 NEAT 평가 지도실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타 학교보다 앞선 시설을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학교 구성원들의 노력이 뒤따랐다. 김현숙 교감은 “NEAT 교실을 구축하기 위해 사전에 교과교실과 영어교육모델 창의경영학교 운영비의 일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도교육청 담당 장학사와 협의했다”며 “교실에 사용되는 컴퓨터는 영어교과교실 것을 활용했고 헤드폰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부터 지원받았다”고 밝혔다. 김 교감은 이어 “우리 학교의 경우 사교육이 많은 지역 환경은 아니지만 영어 공부에 대한 열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학교에서 나서 조금이라도 모든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NEAT 대비 “수업 변화가 관건”
경기 일산 안곡고: 토론수업으로 ‘말하기·쓰기’ 익숙




18일 경기 안곡고의 방과후 수업시간. 교실에 모인 학생들은 서로 토론하며 주제를 정하고 그것을 교사와 협의해 구체화 시켰다. 마지막에는 모둠별로 모여 서로가 정한 주제에 대해 더욱 심도 있는 토론을 이어나갔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영어로 진행됐다. 영어교육모델 창의경영학교인 안곡고(교장 김동철)는 문제풀이·강의식 수업에서 탈피해 ‘NIE 영어토론 논술반’을 운영하고 있다. 이 수업은 2년째 인기강좌다.

안곡고 학생들은 영어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이 학교 전윤미 교사는 “영어회화 시간에 수행평가 반영비율을 50%로 늘리고 다양한 영어활동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자 아이들은 ‘회화수업은 그래야 하나보다’라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단지 수행평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한 것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영어로 대화하는 것 자체에 익숙해진 것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영어 학습기자재 및 소프트웨어를 갖춘 영어전용 교과교실을 구축하고, ‘영어 토론대회’, ‘영어재능 기부 멘토링’ 등 다양한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준민(고2) 학생은 “학교 수업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현재 영어학원은 다니지 않는다”며 “그동안 학교에서는 영어로 말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수업을 통해 표현법을 익힐 수 있었고 영어 말하기가 많이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영어 재능기부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매주 토요일 인근 도서관에 방문해 초․중학교 학생들에게 영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유치원생들에게는 영어책을 읽어주고 중학생들에게는 단어, 문법 등을 가르치는 것이다. 송가은(고1) 학생은 “대학입시에 당장 필요한 공부는 아니지만 동생들을 가르치면서 보람도 느끼고 영어에 대한 자신감도 얻게 됐다”고 털어놨다.

“대입과 직결되는 고교에서 토론·활동중심의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는 전 교사는 “수능대비가 아닌 다양한 영어 학습경험을 학생들에게 주고 싶어 프로그램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전 교사는 “‘NEAT 대비’라는 명칭을 붙이는 순간 수능대비 문제풀이 수업처럼 변질될 것 같아 강좌 이름도 달리 했다”며 “편안하게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말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더 실질적인 NEAT 대비 수업이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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