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아름이는 늘 혼자였다. 집에는 먹을 것조차 챙겨주는 사람이 없었다. 아버지는 전국의 건설현장을 전전했고 열 살 위의 오빠도 새벽까지 알바를 하느라 바빴다. 가족의 따뜻한 정이 그리웠던 아름이는 동네에서 음식을 얻어먹었고 학교에 늦으면 차를 얻어 타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아버지뻘 되는 이웃 아저씨의 마수에 걸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아름이 같은 나 홀로 아동 수는 현재 100만 명이 넘는다. 특히 먹고 살기 바쁜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들은 사실상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나 다름없다.
소중한 딸들을 잃을 때의 학습효과는 매년 되풀이 되고 있으나 사회적인 시스템은 아직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등굣길에 참혹한 성폭행을 당한 여덟 살 나영이(2008년), 살해돼 물탱크에 버려진 열세 살 유리(2010년) 등 피지도 못한 채 범죄자에 의해 스러져간 딸들에 대한 아픈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도 유사 사건이 반복되고 있으니 딸 가진 부모들은 답답할 따름이다.
살인범 김점덕은 이미 성폭행으로 4년간 복역한 위험인물이었다. 이런 시한폭탄 같은 인물이 아무런 감시나 제재 없이 돌아다니며 접근한 것이다. 만약 그의 성범죄 전과를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학교 측에도 정보를 제공했다면 참극만은 막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학부모들을 더 분노케 하는 것은 책임소재를 미루는 정부 당국의 태도다. 아동 성범죄자 신상 공개는 여성가족부, 전자발찌 관리는 법무부, 우범자 관리는 경찰이 담당한다. 결국 안전망을 구축해야할 시스템이 오히려 시스템 부재를 초래한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처럼 교과부도 시·도교육청과 함께 초·중·고 안전관리 실태 점검에 나섰다. CCTV 실태, 청원경찰, 배움터 지킴이 등 경비인력 현황과 운용 실태, 학생 등·학교 통보 시스템인 ‘안심 알리미’ 서비스 활용 현황도 살펴볼 예정이다.
사실 학교 현장에서 이런 부분들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 지 의문이다. 그러니 딸 가진 부모들은 매일 집을 나서는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불안할 수밖에 없다. 생명보다 소중한 가치는 없다. 우리 사회에서 보호받아야 할 아름이 같은 딸들을 방치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