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교육을 변화시킬 수 있는 막강하면서도 직접적인 장치다. 때문에 독일이든 한국이든 선거 때가 되면 다양한 교육정책 공약 또한 난무하기 마련이다. 독일은 교사도 개인적으로 한 정당의 당원으로 등록하고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편향된 정치적 발언이나 교육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지만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모든 정치활동은 허용된다.
독일 선거에서 교육은 총리와 연방하원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인 분데스탁스발(Bundestagswahl)보다는 주총리와 주의원을 선출하는 란트탁스발(Landtagswahl)의 중요한 이슈다. 독일 교육 정책은 연방이 아닌 주 소관이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인 란트탁스발의 핵심 정책대결 중 하나인 교육 분야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담당하는 교원단체는 26만3000여 명의 회원을 가진 독일 최대의 교원노조인 독일 교육학술노조(Gewerkschaft Erziehung und Wissenschaft, GEW)다.
GEW의 중요 임무 중 하나는 교육의 기회균등, 교원 처우 개선, 사회 안전, 민주적 교육 등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나 정당에 청원을 하는 압력단체 역할이다. GEW는 한 특정 정당의 정치논리를 대변하지는 않지만 주 의회에 소속된 모든 정당의 교육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주 의회 선거가 다가오면 GEW에서는 각 정당 앞으로 공식적인 정책 질의서를 보내고 정당은 이 질의서에 모두 답해야 한다. 질의서에 공식적으로 답을 해야 한다는 법제화된 규정은 없지만 교육이 핵심 이슈인 주 의회 선거에서 GEW의 호응 없이는 선거에서의 승리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정당이 최대한 성의껏 답변한다.
노드라인베스트팔랜 주의 2010년 지방의회 선거에서도 GEW는 6개 항목의 질의서를 각 정당에 전달했고, 기민당(CDU), 자유당(FDP), 사민당(SPD), 녹색당, 좌파당 등 5개 정당이 각 항목에 구체적인 답변서를 작성해 모든 유권자가 볼 수 있도록 GEW나 정당의 웹사이트 그리고 언론에 공개했다.
당시 GEW의 여섯 항목의 질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드레스덴 정상회담에서 2015년까지 각 주마다 GDP의 10%까지 교육재정을 상향조정하기로 결정했는데 이의 달성을 위해 각 정당이 마련하고 있는 계획을 알려달라는 질문이었다. 둘째는 노드라인베스트팔랜 주의 학생 수가 최근 8% 가량 감소한 상황을 어떻게 작은 학급을 만드는데 활용할 지에 대해 답해줄 것을 요구했다. 셋째는 유엔이 보장하는 교육에서 소외되지 않을 장애자의 권리를 노드라인베스트팔랜 주에 적용할 방안을 각 정당에 청했다. 넷째는 초등 4학년에 실업계와 인문계로 나눠지는 조기 진로 결정은 세계적인 추세로 볼 때 문제가 있으니 이 제도의 개선안을 제시하라는 것이었다. 다섯째는 인문계중고교인 김나지움이 13학년에서 12학년으로 바뀌면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은 있는지 묻는 질문이었다. 마지막으로 교원자격 취득 요건이 석사로 상향조정된 후 기존에 배출된 교원에게 동등한 수준의 보수가 보장돼야 한다는 요구에 대한 각 정당의 대책을 물었다.
니더작센 주의 교원노동조합도 오는 2013년 선거를 맞아 후보를 낸 각 정당에 김나지움의 졸업학년을 13학년에서 12학년으로 낮추는 학년축소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바람직한 해결방안과 이를 위한 교육재정 투입 여부, 교사인력 증가, 교사 등 교육전문가의 근무시간 축소 등에 관한 질문서를 보내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독일 GEW의 교육정책 질의는 각 정당에 반드시 답변해야 하는 정도의 강한 압력으로 작용하지만 GEW는 자신들의 구상을 완벽하게 결론내리고 이의 적용을 요구하기보다는 의제를 제시하고 다양한 답변을 통해 유권자 스스로 정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목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