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8일 자유학기제 운영계획 기자 브리핑을 기점으로 자신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유학기제는 서 장관의 첫 브리핑이기도 했다.(국정과제 브리핑은 나승일 차관이 진행) 오전 백브리핑에서 우려 섞인 질문들이 많았기 때문인지, 서 장관은 이날도 ‘정책의 연속성’에 방점을 뒀다. 박근혜정부 출범 100일에 맞춰 진행된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발대식 축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을 비롯해 인프라 구축에 협력할 기관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공을 들인 것은 물론 “항구적 제도로 정착시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17개 시‧도교육감, 국회 교문위 위원장과 교원단체장, 42개 연구학교 관계자와 교육지원청 담당자까지 모두 초청해 공개적으로 ‘계속될 정책’이라고 홍보한 사실을 뒤집어 보면, 씁쓸한 교육계 정서가 숨어 있다. ‘정권과 함께 사라진’ 수많은 정책들을 겪어 온 교사, 학생, 학부모를 안심시킴과 동시에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정부는 MB 정책을 단절시키거나 크게 바꾸지 않고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2012년 중학교 1학년부터 적용하기 시작된 성취평가제가 인문계 고교에서 완성되는 2016년에 맞춰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비롯한 모든 초‧중‧고에 핵심성취기준 도입, 입시제도 변경 등 로드맵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그렇다.
그러나 화려한 발대식과 교육부 장관의 자신에 찬 일성(一聲)에도 자유학기제 등 일련의 정책들의 성공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이상(理想)에 비해 현실은 교육과정과 교과서, 성취기준과 핵심성취기준, 선행학습과 심화학습의 차이 등에 대한 개념조차 모호한 ‘미성숙’ 단계 수준임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4일 발대식과 같은 시간에 열린 ‘핵심성취기준 개발 워크숍’에서도 이런 모습은 포착됐다. 교육과정 전문가들이 모였지만 ‘성취기준을 덜어내거나 감축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등 우왕좌왕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신학용 국회 교문위원장은 발대식 축사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혼자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신 위원장은 학부모들과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그보다 먼저 교사와 교‧사대 교수 및 학생, 관계기관 전문가들부터 설득해야 한다. ‘수업이 탄력‧집중적으로 이뤄지고, 교사가 학생들과 더불어 심도 있게 활동할 수 있도록 전체적 성취기준을 압축‧확장하는 것’이 핵심성취기준임을 이들에게 이해시키지 못하면, 학부모와의 전쟁은 시작조차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약속을 중요시하는 박근혜정부의 교육부 장관이 공식석상에서만 두 번을 강조한 정책의 항구성과 연속성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 ‘자유학기제 지원센터(KEDI)’가 5년 한시조직이거나, 자유학기제 연구‧희망학교에 대한 운영 예산도 지자체에 슬쩍 떠 넘겨서는 ‘제도의 항구성’을 신뢰할 수 없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