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학운위 장악한 시‧도의원에 내주고 교육행정기관마저 전교조에 휘둘리다 못해 국회의원이라는 정치인에 농락당한 꼴이다.”
장관은 교육감에게, 교육감은 다시 장관에게 슬며시 책임을 떠넘겼다.
서울시교육청(교육감 문용린) 특채교사 이야기다. 지난 4월 서울행정법원은 “교사들의 소명을 받지 않는 등 해임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판결했다. 피고소인은 엄연히 교육부 장관이며, 재판부 판결도 ‘절차상 위법’이지 ‘교육부의 임용취소가 교육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한 교육공무원법 43조 2항에 위배되지 않고 재량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도 아니다’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남수 장관이 항소하지 않고, 시교육청에 임용취소 절차를 다시 밟으라고 지시한 것부터 판단 미스라는 것이다.
교육감도 마찬가지다. 시교육청은 “법적 검토 결과 박정훈·조연희 교사는 임용을 유지하고, 이형빈 교사는 교육부가 임용취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법리적 해석임을 강조했다. “이들이 전교조 교사인 것을 의식한 결정은 아니다”라는 말도 했다. 그러나 이는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문용린 교육감은 법원 판결대로 인사위원회(위원 대다수가 곽노현 사람일 지라도)를 여는 등 ‘소명’ 절차를 제대로 거쳤어야 했다. ‘임용을 취소할 예정이니 자신의 입장에 대한 소명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통보는 적절치 못했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교육청은 7일 조 교사에 대한 조치 내용을 이렇게 설명했다. “교육감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고,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잘못은 있으나 사학비리를 제보하는 등 공익신고자법의 취지를 고려해 임용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이다. 조 교사는 2010년 곽 전 교육감 선거캠프에 몸담은 것으로 유명한데 ‘특수 관계가 있는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다’니….
김동석 교총 정책본부장은 “선거캠프에 몸담았던 측근의 특혜인사를 두고도 특수 관계가 아니었다고 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인사에 대해 공정성을 논할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그는 “정치적 중립성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사학비리 신고자’라며 면책을 용인한 사례는 추후 학교 내 정치 이념수업과 비합법적 정치활동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시교육청이 인정한대로 조 교사는 선거캠프 뿐 아니라 문 교육감이 당선된 지난 선거에서도 진보진영 후보단일화를 위한 ‘민주진보서울교육감추대위’ 대변인을 맡는 등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백히 위반했다. 해직 후에도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 전교조 대외협력실장, 전국교육희망네트워크 집행위원장 등으로 활동해왔다.
시교육청 조치를 바로 수용한 교육부의 ‘입장 번복’은 정권과 장관이 바뀐 것을 감안해도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 ‘오마이뉴스’에서 두 수장의 지난 행보 등을 들춰내고, 유은혜‧정진후 의원 등이 찾아와 6월 국회에서 문제 삼겠다는 엄포에 ‘굴복’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학교 현장은 학운위를 장악한 시‧도의원들에게 내주고, 교육행정기관마저 전교조에 휘둘리다 못해 국회의원들에게 농락당한 꼴이다. 서남수 장관과 문용린 교육감의 ‘특채교사 복직’을 교총 등 교육계가 참을 수 없는 것은 ‘대한민국 공교육을 송두리째 정치인들에게 넘겨 준’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