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개혁정책의 상징으로 떠오르던 신지식인이 실종되고 있다. 언론 보도 횟수도 현저히 줄었다. 종합일간지에 보도된 횟수를 보면 신지식인이 등장한 이듬해인 1999년에는 490건에 달했지만 다음해에는 202건, 그리고 지난해에는 156건으로 급감했다. 이와는 반대로 신지식인 숫자는 급증했다. 신지식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제2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 집계에 의하면 2001년 말 현재 신지식인으로 지명된 사람은 3000명을 웃도는 것으로 밝혀졌다. 신지식인이 도입된 첫해의 588명에 비하면 5배가 넘는 수치다. 종류도 다양해졌다. 신지식 공동체로까지 범위가 넓혀졌다. 전국에 신지식 공동체는 모두 44개. 신지식 마을 27개, 신지식 학교 17개교다. 머지 않아 신지식 군대까지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신지식인이 '반짝스타'의 운명이 되면서 100명의 신지식 교사와 신지식 학교도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 더군다나 신지식 학교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교육부와 교육청 직원들도 신지식학교의 존재조차 잘 모른다.
신지식인이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에 대해 허병두 교사(서울 숭문고·1999년도 신지식인)는 "희소성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개혁정책의 실패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재걸 교수(대구교대)는 "신지식인은 국민의 정부 개혁정책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현재 신지식인이 잊혀지고 있다는 것은 김대중 정부의 개혁이 쇠퇴하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신지식인이 정부의 개혁과 연결되는 고리로 정 교수는 "현 정부의 개혁철학은 신자유주의였다. 신지식인은 신자유주의 철학에 의해서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개혁정책의 실패도 신지식 교사를 잊게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한다. "기능성을 강조하는 신지식인의 속성은 '한 가지만 잘 해도 대학갈 수 있다'는 이해찬 전 장관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고 박인종 박사(교육개발원)는 말한다. '이해찬 세대'로 불리는 올해의 입시생들은 수능시험 점수가 크게 하락해, "신자유주의철학에 의한 교육개혁은 실패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신지식인이 외면을 받게 된 또 다른 요인으로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런 지적은 신지식인 출범 초기부터 있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정권이 바뀌면 신지식인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않다.
신지식인의 위상 추락과 함께 신지식 교사들의 불만도 높다.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뒤 혜택은커녕 오히려 더 불편하다는 것이다. 신지식인으로 지정된 한 교사는 "교직의 특성상 신지식인으로 선정됐다고 해서 특별히 유리할 것도 없고 바라는 것도 없다. 그러나 뭔가 연구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책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지식 교사도 "신지식인이 그것도 몰라", "그 실력으로 어떻게 신지식인이 됐어"하는 식의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차라리 신지식인 제도를 없애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신지식 교사들의 불만은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에도 찾을 수 있다. 신지식 교사들은 아무런 인사상의 혜택이 없지만 일반직 공무원 신지식인들은 승진 시 5점까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신지식인이 잊혀져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제2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위원장 김상하)의 입장은 다르다. 신지식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종백 사무관은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신지식인에 대한 인식은 많이 확산됐다"고 말한다. 김 사무관은 또 "새마을 운동이 산업사회에 필요한 운동이었다면 신지식인운동은 지식정보화사회에 걸맞는 운동"이라며 "학벌주의 타파 등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지식인이란= 제2건국범국민추진위는 1999년부터 지식기반 국가건설을 위해서 신지식인운동을 벌여, SF영화 '용가리'를 만든 코미디언 심형래 씨를 신지식인 1호로 선정했다. 위원회는 신지식인을 "학벌에 관계없이 새로운 발상으로 일하는 방법을 혁신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으로 개념을 정립했었다.
신지식인은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상근 직원 5인 이상의 기업·단체 등에서 선정할 수 있다. 신지식학교는 '교육적 가치가 있는 지식을 창출하고 정보화를 통한 지식공유로 교육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학교'로 시·군·구 교육청에서 발굴해서 시·도교육청에서 선정한다.그러나 기존의 선도학교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