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휴대폰 일괄수거, 셧다운제
日 중·고교 정보통신 윤리교육
사이버따돌림, 수업방해, 중독 등 휴대폰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에서는 휴대폰을 수거하는 등 ‘휴대폰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어떨까.
한국교총(회장 안양옥)과 일본교육연맹(회장 오이카와 료이치·이하 일교련) 주최로 21일 한국교총회관 다산홀에서 열린 제29회 한·일교육연구발표회에서 양국 교원들은 ‘정보화 사회에서의 학생지도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도 높은 비율을 보였다. 서울시교육청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등생 43.3%, 중학생 77.9%, 고교생 79.8% 등 전체 학생의 63%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으며, 일본 베네세 교육개발연구센터에 따르면 초등생 30.6%, 중학생 47.8%, 고교생 92.3%가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크게 대두되는 문제는 사이버따돌림이었다. 교총 측 발표자로 나선 임종근 서울 경일중 교장은 “최근 온라인상에서 학생폭력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급증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와 올해 학생폭력 실태조사 결과에서 강제심부름(-5.2%)과 금품갈취(-6.2%)의 비중은 줄어든 반면 사이버 괴롭힘(+1.8%)과 집단따돌림(+5.2%)은 비중이 증가한 통계를 제시했다.
일본도 상황은 비슷했다. 일교련 발표자로 나선 타시로 카즈요시 도치기현립 바토고 교장은 “인터넷 게시판이나 부적절한 사이트 이용으로 인한 따돌림 문제들이 표면화돼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중독도 양국 모두 겪는 문제였다. 또 다른 공통의 문제는 중독이다. 임 교장은 “여성가족부와 교육부가 지난 5~6월 실시한 인터넷 및 스마트폰 이용습관 전수조사 결과 스마트폰 중독은 18%, 인터넷 중독은 6.4%였다”면서 “인터넷 중독의 3배나 되는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이카와 회장도 “일본에서 인터넷 의존을 보이는 중·고생이 51만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문제에 대한 대응 방식은 달랐다. 우리나라가 훨씬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통제를 수단으로 선택했다. 휴대폰 일괄수거와 ‘셧다운제’ 실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교련 대표단은 이날 오전 서울 인왕중(교장 김완기)을 탐방했을 때도 휴대폰 수거가방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일본의 경우는 수거보다는 초·중교에서는 소지 금지, 고교는 수업 중 사용금지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본 대표단은 청소년보호법을 통해 심야시간대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사용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를 시행한 배경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임 교장은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은 교사나 부모보다 친밀한 애인이나 분신과 같은 존재가 됐다”면서 “인터넷 중독의 심각성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2011년에 법을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청소년학회 등의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 85.2%가 셧다운제를 모바일 게임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게임업계와 정부 등이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일본은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포함한 정보통신 윤리교육을 강조했다. 중학교에서는 기술·가정교과에서, 고교는 별도 정보교과에서 다룬다는 것이 타시로 교장의 설명이다. 그는 “물론 교과서 내용이 스마트폰 등 현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시교육위원회에서 현안들을 다루기도 한다”며 “최근에는 네이버 ‘라인’ 앱을 통한 왕따 문제가 대두된 적도 있다”고 했다.
학부모 협력 등에는 의견일치를 보였다. 임 교장은 “휴대폰 사용이 학교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닌 만큼 가정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학부모 연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타시로 교장도 “전국 고교 267개교 중 52개교에서 학생·학부모 대상 정보통신 윤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학부모교사협의회 총회를 통해 필요성을 강조하는 학교도 있다”고 했다.
스마트폰의 긍정적 사용에 초점을 맞추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소한 경기 안산공고 교장은 “우리 학교는 학생회에서 페이스북을 만들어 나도 가했다”면서 “학급별 SNS 활동을 통해 선플달기운동도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 설문조사에서도 23개교는 ‘휴대폰의 긍정적 활용을 가르치는 것’이 과제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