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러시아 중·고교 역사교과서 집필지침을 확정했다. 그러나 친정권적인 편향기술에 대한 의혹이 연이어 제기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월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국정 교과서를 도입하기로 한 푸틴 대통령이 확정한 80페이지 가량의 집필지침 중 특히 구소련 시기 이후의 현대사를 기술한 부분이 푸틴집권을 정당화하는 내용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현지 신문 이즈베스티아(Известия)에 따르면 푸틴이 보리스 옐친 대통령에 이어 집권한 2000년부터 현임기인 2012년 이전까지의 시기가 별도의 장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현지 통신사인 리아 노보스티(РИА Новости)도 주요 정적들에 대한 기술이 삭제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기존 구소련 이후 현대사 단원에 등장했던 대표적인 반푸틴 거물급 신흥재벌 중 정치보복으로 투옥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유코스정유 전 소유주 미하일 코도르코프스키와 푸틴을 비판하다 검찰 소환으로 영국 이민 후 의문사한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에 대한 기술이 삭제됐다는 것.
이 외에도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임기말에 대해 통제권 상실, 경제상황 악화, 체첸 전쟁, 분리주의 정서 확산, 여론 악화 등을 중심으로 기술하도록 했다는 것과 수만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왔던 총선 선거부정의혹 관련 시위에 대한 기술 등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국정교과서 도입을 추진해온 세르게이 주라블레프 차관보는 “푸틴에 대한 찬반 운동이 모두 기술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블라디미리 지리노프스키 자유민주당 대표, 아흐마트 카디로프 체첸 초대 대통령 등에 대한 기술이 포함돼 있는 만큼 의도적으로 정적에 대한 기술을 삭제한 것은 아니란 것.
푸틴의 재임기간 기술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 끝에 마지막 대선 이전까지는 다루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론내렸고 실제 새 국정 역사교과서 체제가 완전히 정착하는 것은 2020년 이후이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