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가 필요한 교사들만을 위한 학폭 가산점 제도는 오히려 없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학생을 위하는 마음보다는 승진을 위해 사명감 없이 학교폭력 업무를 맡는 일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해결 기여 교원 가산점 부여’를 위한 유공교원 선정 작업이 한창인 강원 A초에 근무하는 한 부장교사의 말이다. 이처럼 올해부터 도입된 ‘학교폭력해결 기여 교원 가산점 부여’ 제도가 당초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갈등과 혼란을 부추겨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선학교 교원들은 “학교교원 40%를 대상으로 주는 승진가산점으로는 생활지도 활성화라는 제도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말한다. 충북 B중의 한 교사는 “요즘 생활지도나 학교폭력과 무관한 교사가 어디 있냐”며 “현장 실정도 모르고 탁상공론으로 만든 근시안적인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당장 폐지가 어렵다면 차라리 전 교원에게 부여하라”고 주장했다. 경기 C고 교사도 “학폭 예방은 모든 교사의 의무인데 마치 일부교사만 일하고 있다는 생각 자체가 문제”라면서 “모두 애쓰는데 일부만 인정해주는 것은 나머지 교사들의 생활지도 의욕을 꺾는 비교육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높은 점수 때문에 승진가산점으로만 인식되는 것도 제도의 취지를 흐리는데 한몫 하고 있다. 1년에 0.1점, 최대 2점까지 쌓을 수 있는 점수가 다른 가산점과 비교해 과도하게 많다. 전북 D초의 한 교사는 “학교폭력 업무도 중요하지만 다른 업무 담당자와 형평성도 맞지 않고, 농어촌 근무나 연구학교 담당자를 15~20년 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라고 지적했다.
승진 점수화 되니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대전 E초 교감은 “승진의욕이 있는 교사들에게 0.1점은 수십명에서 수백명의 순위도 바꿀 수 있는 큰 점수”라면서 “신규발령자나 저경력 교사는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승진을 앞둔 고경력 교사들 간에도 경쟁심리로 불협화음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전남 F초 G교사는 “학폭 사건을 해결해 직원협의회에서 사례 발표도 하는 등 실적이 많아도 유공교원 신청을 못했고, 아무도 추천을 해주지도 않았다”고 실태를 전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그냥 업무 부담을 고려해 적절히 분배하기도 했다.
학교마다 사정도 다르다. 경기 F고 교사는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 있다 보니 가산점을 받기 위해 온 교사가 많은데 받을 수 있는 교사는 한정돼 갈등이 있다”면서 “일부 학교에서는 오히려 승진에 관심이 없어 신청자가 부족하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교원 간에도 학폭 유공 교원에 대한 의견이 갈렸다. 모든 담임, 생활지도 담당교사, 승진을 앞둔 부장교사, 사안해결에 실제 공이 있는 교원, 예방을 잘한 교원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교총은 학교 현장의 혼란과 관련해 “학교폭력 ‘해결’ 기여 교원보다는 ‘생활지도 업무에 공헌한 교원’으로 명칭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는 한편 “학교폭력 해결에 대한 동기부여를 한다는 취지는 좋으나 교원 간 위화감 조성, 형평성 논란, 담임교사 생활지도 위축, 가산점 비중 과다, 선택가산점 중복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또다른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대안으로 표창 시행을 통한 학습연구년제·해외연수 선발 시 우대, 전보가산점 부여, 특별휴가 기회 부여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