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6 (수)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국제

<해외교육> "어딜 갈까…" "누굴 뽑나…"

英, 학교선택권-학생선발권 맞서 `진학전쟁'

학생-6월까지 희망 `중등학교' 3차례 지원
학교-SAT성적·본고사 치러 중학생 뽑아
실력 없고 돈도 없으면 기피 공립학교 行

최근 한국에서는 수도권 평준화고교 지원자의 재배정 문제와 자립형 사립고 확대 논의로 시끌하다. 교육의 `평준화'와 `다양성'을 놓고 갈등하는 양상이다.

그런데 영국 사회도 매년 1월부터 6월까지 이런 갈등으로 인해 심한 몸살을 앓는다. 그 원인은 `학부모의 학교선택권'과 `학교의 아동선별권'이 교차되기 때문이다. 영국도 평준화를 깨고 교육의 다양화를 추구하면서 `선택'과 `선별'의 과정이 생겨났고 그 과정에서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 학부모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영국의 중등 학교는 60년대 말 집권 노동당에 의해 평준화됐지만 20년 후, 집권 보수당은 신자유주의 이념에 입각해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확보'를 부르짖었고 평준화보다는 다양화, 차별화를 강조하면서 `1988년 교육 개혁법'에 준해 시범운영을 거쳐 90년대 중반 전국의 학군제를 완전 폐지해 버렸다.

이로 인해 60년대 독자적인 학생 선발로 `사회계급 분화의 원흉'으로 공격받았던 유명 공립 `중등학교'(中高 통합형 학교)인 140여 개의 `그라마 스쿨(Grammer School)'이 부활돼 학교의 `아동 선별'이 다시 시작됐다. 또 한국의 특목고와 유사한 기술전문학교인 15개의 `CTC'(City Technology College·中高 통합형 학교)가 새로 생겨나 우수한 학생들을 걸러내고 있고 연간 수업료 2000만 원 정도를 받는 2400여 개의 사립학교들도 매년 4만 여명(초등 졸업생의 약 8 %)의 아동들을 걸러가고 있다.

공립학교(영국의 공립학교도 대부분 中高 통합형이다)들은 이들 학교에서 탈락한 아동들 중에서 그나마 우수한 학생을 뽑고 정원미달을 피하기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 학교예산은 아동 수에 정비례하므로 모집정원 미달은 곧바로 예산 삭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는 정원을 채우기 위해 다양한 예측을 하고 여러 가지 복안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중학교가 하나밖에 없는 시골이라면 평준화도 없고 선택도 없다. 하지만 대도시 런던의 루이샴 구처럼 3500여명의 6학년 학생과 17개 중학교가 복잡하게 얽힌 곳은 사정이 다르다. 루이샴 구에 위치하거나 인근 구의 명문 학교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의 경쟁이 복마전처럼 치열하게 벌어진다. 루이샴 구 교육청 존 러셀(John Russell) 중등진학담당과장은 "올 중학 진학 과정에서 루이샴 구내 6학년 아동의 절반이 일차지망에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루이샴 구내 초등교 졸업자의 37%, 그리고 우수한 성적취득 아동의 48%가 루이샴 구를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1차 탈락 학생들은 앞으로 6개월간 2차, 3차 진정을 통해 모두 어딘가에 `낙착'되겠지만 집에서 좀 더 멀어지거나 좀 더 나쁜 학교로 가게 된다. 일반 공립중학교들은 공통적으로 형제의 재학 여부, 통학 거리, 그리고 5학년 말에 치른 전국 평가시험(SAT) 결과 등을 입학조건으로 제시한다.

그라마 스쿨들은 공립학교지만 소속 교육청의 아동배당 조율정책을 무시하고 독자적인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또 종교단체가 세운 학교들은 아이가 세례를 받았는지를 묻기도 한다.

하지만 루이샴 구 공립중학교들은 학교간 성적분포를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일종의 독특한 협약을 맺고 있다. 이를테면 협약에는 `한 학교가 SAT 성적 5 등급 중 상위 A 등급에서 입학생의 20% 이상을 모집할 수 없다' 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모집 요강을 보면 `E 등급 (최하 등급) 아동의 모집반경은 학교로부터 1 마일 이내, C 등급 아동은 5 마일, A 등급 아동은 10 마일 이내'여서 성적이 좋을수록 선택의 범위를 넓혀주는 혜택을 준다.

반대로 성적이 나쁜 아이들은 좋은 학교 주변에 살아도 우수 학생들에게 밀려 멀리 떨어진, 이를테면 `기피학교'에 낙착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싫다면 비싼 학비를 내고 사립학교를 가든가, 6학년을 다시 하든가, 아니면 재택교육을 선택해야 한다.

`1·2·3차 지망학교를 한번에 받아 컴퓨터로 처리하면 2, 3차 지망교에 배당돼 만족도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합격통지서는 모두 일시에 받지 않느냐'는 한국식 방법론은 통하지 않는다.

루이샴 구 교육청 중등진학과의 린다 프리만(Linda Freeman) 씨는 "학부모들은 일반 공립학교뿐만 아니라 문법학교, CTC, 타 지역 유명학교, 사립학교 등을 포함해 서 너 개의 학교에 복수 지원을 해 둔다. 공립학교 중 가장 인기 좋은 학교가 자리를 줘도 나중에 보다 나은 학교에서 합격통지가 오면 이미 받은 합격통지서를 파기한다. 따라서 인기공립학교는 지원자 정원초과로 불합격 처리를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는 정원미달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불합격자와 정원 미달 학교끼리 모여서 두 번, 세 번 재분배를 한다"며 "한 장의 지원서에 1, 2, 3차 지망을 받아도 2차, 3차 지망교에 배당 받은 사람은, 입학하기 두 달 전인 6월말까지 6개월간 민원을 계속하기 때문에 걸리는 시간은 마찬가지여서 현재의 방법이 오히려 민원수가 적다"라고 말한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