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학교·가족 독서캠프·사제동행 난타 등
교육가족 참여 프로그램 통해 학교폭력 극복
‘엄마’같은 마음으로 행복한 학교 만들고 싶어흔히 떠오르는 ‘학생부장 선생님’의 이미지는 크고 다부진 몸, 무서운 눈매에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남자 선생님이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경기 초당중(교장 김순래)에서 만난 김서영 생활인권부장은 여린 몸에 웃음 많고 따뜻한, 여 선생님이었다.
의아했다. 학생부실, 생활지도부실 등의 익숙한 이름이 아니라 ‘생활인권부’라는 부서명도, 담당 부장교사가 여 교사라는 것도….
학교는 학생과 교사의 인권 모두를 존중하고 일방적인 훈계·규제 위주의 지도보다는 친근하고 따뜻한 어머니의 잔소리(?) 같은 지도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작년 위와 같은 결정을 했다.
보직을 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 간 단순 폭력, 사이버상 따돌림 등 몇 건의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했다. 학생들을 상담해 중재하고 지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김 교사에게 닥친 벽은 ‘가해·피해 학생의 학부모’였다.
“학교나 아이에게 관심이 없는 부모님일수록 학교·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없어 더욱 일방적인 주장만 하게 됩니다. ‘내 아이가 그럴 리 없다’는 학부모의 어긋난 생각과 지나친 개입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죠.”
고민하던 김 교사는 그런 부모님을 위한 학교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느꼈고 ‘스포츠와 함께 하는 아버지 학교’를 계획했다. 작년 7월과 10월 두 차례 진행된 아버지 학교는 아버지와 자녀가 함께 축구, 피구, 이어달리기 등을 하면서 추억을 만들고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뿐만이 아니다. 겨울방학 중에는 ‘밤샘 독서 가족캠프’를 열어 학교에서 가족이 하룻밤을 지새며 책을 읽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부모와 자녀 간에는 단절됐던 대화를, 부모와 학교 간에는 잃어버렸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소통의 시간이었다.
김 교사는 학생 간 소통을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전교생 모두가 돌아가면서 아침 시간 정문에서 등교하는 친구·선후배에게 “사랑합니다”하고 인사하며 자체적인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을 진행하는 ‘학교폭력 제로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
“잘못된 복장이나 지각 등을 단속하는 정문 지도가 아닌, 사랑한다는 인사말로 맞는 등굣길은 선생님에게도 학생에게도 학교를 행복한 곳으로 느끼게 해주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전교생 모두가 캠페인을 벌이니 학교폭력은 자연스럽게 없어졌고요.”
그는 학교폭력으로 인해 상처 받고 학교생활에 부적응을 보이는 학생들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 ‘사제동행 난타 배우기’도 운영했다. 심리적으로 위축됐던 학생들은 선생님·친구들과 난타를 배우고 무대에 오르기도 하면서 자신감과 웃음을 되찾았다.
김 교사의 이런 노력은 작년 12월 수원지방검찰청이 마련한 ‘제30회 범죄예방대상 시상식’에서 그에게 학교폭력예방활동 우수교사 공로상을 안겨줬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그저 학생과 부모, 교사 모두 상처받지 않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저의 작은 노력으로 상처받은 학생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면, 힘들고 외로울 때 불빛이 됐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죠.”
작년에 이어 올해도 생활인권부장을 맡는 그는 “아버지 학교 뿐 아니라 요리, 포크댄스를 배울 수 있는 ‘어머니 학교’도 운영해 더 많은 가정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지난해 기반을 닦아놓은 프로그램들을 보완하고 더 안정적으로 운영해 학교폭력 없는, 행복한 학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