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사용해 잡음이 심한 카세트 30여대를 교체해야 하는데 겨우 7대 밖에 바꾸지 못했습니다. 하다 못해 수업에 꼭 필요한 80만원어치 TP자료를 사면서도 주임선생님과 서무부장이 모여 옥신각신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오는 8월말 정년퇴직하는 서울 S초등학교의 朴교장. 이제 몇달후면 평생을 봉직한 교단을 떠나야 하는 그는 마지막 재임교인 이 학교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보다 나은 교수-학습 환경을 만들고 싶고 교직원이나 학부모와 자주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
하지만 그는 빠듯하다 못해 융통성이 거의 없는 예산서를 들여다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올해 이 학교의 학교운영비 총액은 1억6천4백12만8천원. 지난해 2억2천7백24만2천원보다 6천3백11만4천원이 줄었다. 그나마 1억6천여만원의 운영비 가운데 교무실 사무보조원 등의 인건비로 나가는 목적경비 4천7백여만원을 빼면 실제 경상경비는 1억1천6백여만원으로 준다.
지난해 경상경비는 1억6천4백여만원. 경상경비만 볼때 올해 4천7백여만원(42%)이 감액됐다. 결국 한달에 1천여만원도 안되는 예산으로 45학급 규모의 학교살림을 꾸려야 하는 것이다. 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보면 요즘 학교살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경상경비에는 학교에서 사용되는 모든 예산 즉 사고학생 치료비 등으로 쓰이는 학생복리비, 공과금과 출장비·교재교구수리비 등으로 사용되는 기본운영비, 간담회비 등의 업무추진비, 학사관리·각종 교내행사 비용이 나가는 교육과정운영비, 환경개선 등에 쓰이는 시설보수·설치비 등이 포함돼 있다.
이 학교가 지난해보다 줄인 경상경비 내역을 보면 기본운영비에서 1백91만원, 업무추진비에서 3백59만원, 교육과정운영비에서 5백25만원, 비품구입비에서 1천5백만원, 시설보수·설치비에서 1백10만원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출장비 및 연수여비가 지난해 7백18만7천원에서 올해 4백20만원으로, 교장특정업무추진비가 3백74만원에서 3백40만원으로, 학사관리비가 1천7백만원에서 7백90만원으로 등으로 줄었으며 비품구입비는 지난해 3분의1 수준으로 줄어 새로 무엇을 산다는 것 자체가 어렵게 됐다.
朴교장은 "국가경제가 어려운 만큼 학교만 넉넉한 예산을 달라고 할수 없지만 최소한의 기관운영비는 나와야 한다"며 "오죽하면 학년장학이 끝나도 회식자리 한번 마련해 주지 못하겠냐"고 아쉬워 했다.
이 학교 서무부장도 "2년전부터 옥상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치장벽돌이 떨어지고 있으나 IMF가 터진이후 예산이 없어 공사를 미루고 있다"며 "언제까지 물이 새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