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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0교시 폐지해 주세요"

학생들 "새벽등교 이젠 정말 지긋"
학교·학부모 "어쩔 수 없지 않나"
"학운위서 논의를" "학대행위 막자"

`7시 10분까지 등교. 우리 반 45명 중에 40명 넘게 엎드려 잡니다. 선생님이 들어오시면 앉았다가 나가시면 다시 잡니다. 아침밥은 당연히 못 먹구요.'
`수면부족에 아침까지 굶는다니 저는 고등학교 가기가 겁이 납니다. 내년에 고등학교를 가는데 0교시를 폐지해 주셨으면 합니다.'
`애가 원거리 고교에 배정 받아 버스로 50분 정도 걸린다. 5시 30분에 일어나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6시 50분까지는 등교를 해야 한다. 등교한 학생들은 대부분 잔다고 한다. 밤 9시까지 자습하고 10시경에 귀가해 저녁 식사!'

요즘 교육부 홈페이지는 고교의 아침 보충·자율학습, 일명 `0교시'를 비난하는 글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한국과 선진국 고교생의 등교와 수업장면을 비교하는 한 TV프로그램에 의해 촉발된 현상이다. 그러나 학생들에 의해 불붙은 `0교시 폐지' 여론은 기성세대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어린이, 청소년 문제 전문가 100명으로 구성된 단체인 `어린이, 청소년 포럼'은 4일 `청소년들의 새벽등교를 강요하는 0교시 를 폐지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포럼은 "청소년들은 어른들이 강요하는 경쟁주의 교육풍토 속에서 0교시 자율·보충학습 등 새벽등교를 강요당하고 이 때문에 아침식사를 거르고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등 심각한 건강 불균형 상태에 있다"고 지적하고 "각급 학교 교장과 학교운영위원회는 학생들의 0교시 등교를 폐지하고 교육청과 교육부는 이를 철저히 지도 감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6일에는 이상주 교육부 장관까지 아침 7시 30분 서울 수도여고에서 직접 0교시 체험에 나서 학생, 교사, 학부모들로부터 새벽 등교의 고충을 들었다. 학생들은 이 장관 앞에서 "견딜 만하다"고 답했지만 옆 반 교실에서는 10여명의 학생들이 엎드려 자고 있어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 학부모들은 `당연히' 0교시 폐지를 찬성하지만 냉엄한 입시 현실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수도여고 최낙준 교장은 "다른 학교들이 다 안 하면 모를까 학부모들조차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통학거리도 비교적 짧은데다 중요한 고3 시기에 그 정도는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0교시 체험을 마친 이 장관과 간담회를 가진 수도여고 학부모들도 "인근 사립학교는 더 일찍 등교하는데 우리도 맞춰야 한다" "대학입시가 평생을 좌우하는 사회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학교간, 학생간 치열한 경쟁 속에 교사들의 심적 부담도 크다. 서울 잠실여고 전홍섭 교사는 "학생들을 위해 0교시를 폐지하는게 낫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하면 금세 지역에서 `공부 안 하는 학교'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남 진양고 한은영 교사도 "6시에 일어나 새벽밥을 지어먹고 학생보다 먼저 등교해야하는 상황을 좋아할 교사는 없다. 하지만 0교시를 폐지하면 교사도 불안하고 학부모의 시선도 곱지 않다"며 "실제로 한 때 8시30분에 등교하다 이듬해 다시 0교시를 실시했더니 학부모들은 물론 인근 중학 교사들까지 `학교가 제 모습을 갖춰간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결국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 0교시 때문에 고통스럽지만 입시 앞에 참고 또 침묵하는 셈이다. 교육부는 현재 전국 인문고의 등하교 시간을 조사하는 등 실태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공사립간, 학부모간에도 의견이 분분해 묘안을 제시하기가 막막하다. 학교정책과 담당자는 "0교시 폐지를 지시하는 것은 학교의 자율성을 해치는 일"이라며 "희망자를 대상으로 한다든가 하는 자율적인 `재검토'를 권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교육전문가와 청소년전문가들의 의견도 다르다. 한국교육개발원 김흥주 교육정책연구본부장은 "자칫 여론을 의식에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이 획일적으로 지시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운위를 중심으로 학생 대표를 참여시켜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고 0교시의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 소신 있게 판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어린이, 청소년 포럼' 강지원 서울고검 검사는 "학교로 위임된 자율권이 잘못 남용되고 있다면 이를 상부기관이 제한하는 것이 법의 정신이다. 무차별적인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이 인권을 침해당하지 않도록 폐해방지규정을 마련하는 등 시행령을 고쳐서라도 막아야 한다"며 "교육자와 학부모들도 진정한 교육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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