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취임과 함께 교육청 소속 장학관과 연구관 전원에게 전직 내신서 제출을 요구해 인사권 남용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 교육감 취임 하루 전인 30일 초·중등 장학·연구관 이상 전원에게 교원 전직 내신서를 내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 대상자는 총 131명이다. 대상자 중에는 3월에 장학관 근무를 시작한 경우도 있다.
도교육청은 “주민 직선 3기 교육감의 교육정책 추진과 장학 업무의 효율을 기하고자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전직을 신청하고 나면 교육감은 마음에 맞지 않은 장학관을 본인이 신청했다는 이유로 학교에 돌려보내고 원하는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히는 ‘코드 인사’를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교장으로 전직하는 경우는 교육부의 임용절차가 필요해 전면적 인사전횡은 어렵다. 그러나 교장 자격증이 없거나 교장 중임이 끝난 경우는 교육감의 인사에 따라 별다른 절차 없이 교감이나 평교사로 돌아가야 하는 형편이다. 형식상 본인이 신청했으니 이의 제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일선에서는 인사권을 이용해 전문직들을 통제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장학관은 “인사권자의 손에 모든 것을 맡긴다는 건데 점령군이 돼 무릎 꿇고 처분에 따르겠다는 항복문서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본인의 희망과 무관하게 전원 전직 내신서를 내라는 건 인사권자의 횡포”라고 했다. 전문성을 발휘하도록 임기를 보장하지 않고 언제든 학교로 돌려보낼 수 있다고 압박을 가하면 교육감의 눈치를 보며 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육청은 “모든 장학관을 교체하려는 의도는 없다”며 “누가 전직대상자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다 신청을 받아놔야 9월 인사 전에 교육부에서 요구하는 일정에 맞춰 행정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업무효율을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장학관 전원에게 전직 신청을 강요한 시·도는 경기도교육청이 유일하다.
마치 장관이나 정당 출신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군기를 잡기 위해 1급 간부들에게 일괄 사표를 받는 행태를 연상시켜 일각에서는 ‘줄세우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교장은 “마치 정치권의 모습을 연장시킨다”며 “교육감이 얼마나 정치화됐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했다.
교총은 3일 성명을 내고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일괄 전직 및 전보 내신서 제출을 강요하는 것은 직선교육감제 하에서 교육전문직을 논공행상자리로 악용하는 코드인사의 전형”이라며 “안정성과 전문성을 담보해야 할 전문직들에 대한 이 같은 조치는 결국 직선교육감에게 충성과 눈치 보기를 강요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강요는 교육의 정치장화를 가속시키는 처사로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계속된 지적이 잇따르자 교육청도 당초 ‘인사권’이라고 주장하던 태도에서 “교육공무원법 21조의 전직제한 규정에 따라 1년이 되지 않은 장학관에 대한 전직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취임하면서 “공정한 인사와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새로운 인사제도를 통해 선생님의 자부심과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 이 교육감의 약속이 무색해진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