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전문상담 1세대 활약…지난달 정년퇴임
40여년 교육현장 떠나기 전 지침서 두 권 출간
“상담은 기술보다 사랑…학생마음 이해가 우선”
“40여년 몸담은 교정을 떠나면서 후배들을 위해 뭔가 하고 싶었는데, 최근 교사들에게 중요해진 학생 생활지도, 학부모 상담에 대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죠.”
한영진(62) 전 서울 화계초 수석교사는 지난 8월 정년퇴임과 함께 책 두 권을 남긴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1998년 각 교육대학원에 첫 도입된 전문상담교사 자격을 이수해 ‘1세대’로 활동하며 지난 10여년 간 학생·학부모 상담 전문가로 성장해온 그는 퇴임 직전, 그리고 퇴임 직후 책 한권씩을 출간했다.
책 제목은 ‘스위치 대화의 힘(에듀니티·6월 출간)’ 과 ‘통통 튀는 학부모와 당황한 교사(학지사·9월 출간)’다. ‘스위치 대화의 힘’은 학생 생활지도와 상담에 대해, ‘통통 튀는 학부모와 당황한 교사’는 요즘 학교현장 최대 갈등요소로 급부상한 학부모 문제에 대한 36가지 대처법을 담았다.
후배 교사들은 더 이상 그에게 지도를 받을 수 없어 안타까워하던 차에, 그만의 상담노하우가 담긴 지침서가 나오자 반기고 있다.
한 교사는 “퇴임 전 학교에 있을 때였는데 40대 후배 여교사가 펑펑 울어 눈 화장까지 지워진 채로 다가와 이야기 하는데, 내 책을 손에 들자마자 세 시간 만에 다 읽고나니 아주 많은 위로와 치유를 받았다고 하더라”는 말을 전했다.
서울교대 졸업 후 25년 초등교사 경력을 쌓았을 무렵, 상담과 생활지도에 대해 남다른 관심이 있었다. 마침 90년대 중반부터 튀는 행동을 하는 학생들이 늘어가던 차에 상담교사로서의 역할이 더욱 절실해지던 시기여서 필요성을 느끼고 상담에 뛰어들게 됐다.
자격증을 얻자마자 학교 현관에 홍보글을 붙여놓고 상담을 원하는 학생들의 신청을 받았다. 이런 모습을 관할 교육지원청 장학사가 우연히 목격한 뒤 눈 여겨 보게 됐는데, 그 장학사와 한 교사는 마치 하늘이 맺어준 운명처럼 2001년 인사발령 때 교장과 평교사로 다시 만났다. 그 교장선생님의 지원 하에 학교 상담실을 거의 개척수준으로 설치하게 됐고, 한 교사의 활동은 이후 10년 간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
그는 “상담실이 생기니 아이들이 기댈 수 있고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됐다”며 “이후 거칠었던 아이들이 점차 변하는 걸 보면서 보람되고 기쁜 순간들을 자주 맛볼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후 정기적으로 학부모교육도 열어 학생·학부모·교사가 서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고, 자연스럽게 공동체가 형성되고 분위기는 점차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2012년에는 수석교사 법제화 도입의 수혜자가 됐다. 2000년대 초반 아동복지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숙명여대와 단국대 대학원 등에서 강의를 했고, 2009년부터는 뜻이 맞는 후배들과 상담과 생활지도에 대한 모든 것을 집대성해 교육계에 반향을 일으키는 생활지도 가이드 북을 만들어 전문성도 인정받은 결과였다.
한 교사는 “수석교사 역할이 현장에서 후배 교사들의 수업 컨설팅, 생활지도 컨설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수석교사가 된 이후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 교내외 컨설팅을 하며 교직생활을 마무리를 했다”면서 “후배들에게 좋은 자료를 남기기 위해 책 두 을 쓰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학생·학부모 상담에 있어 중요한 것은 어떤 기술이나 기법보다 그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조언도 남겼다. ‘인간중심 상담’의 칼 로저스가 말했던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이란 말이 연상되는 내용이었다.
그는 “대부분의 교사들이 모범생으로 성장해왔기에 조금 튀는 아이들을 용납하지 못한다”며 “학생이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면 그것은 욕구 분출을 위한 행동이기에 그 부분을 먼저 인정해주고 격려한 다음 질문을 통해 지도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래서 한 교사가 만든 단어가 있으니 ‘인격질(인정·격려·질문)’이다. 이 세 음절을 항상 염두에 둔다면 생활지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그는 퇴임 후에도 현재 건양사이버대, 이화여대에서 강의를 통해 대학생들과 만나 이 같은 가르침을 계속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