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하기 어려운 민속놀이 즐기는 아이들
창의성‧사회성은 물론 인성교육 효과도
인터넷회원 2300여 명…자료공유의 場
역사‧음악‧체육 등 융합 수업에 용이해
“연수‧경연대회 통해 보급에도 힘쓸 것”
‘몰자몰자 덕석몰자 비온다 덕석몰자 / 비야비야 오지마라 딸밭에 장구친다 / 몰자몰자 덕석몰자 비온다 덕석몰자 / 풀자풀자 덕석풀자 비갠다 덕석풀자 / 풀자풀자 덕석풀자 볕난다 덕석풀자’
16일 오후 경기 석우초 3학년 4반 교실. 민속놀이 중 하나인 ‘덕석몰이’가 한창이다. 손에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교실을 빙빙 도는 학생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덕석몰이는 덕석을 말고 푸는 동작을 흉내 낸 것으로 강강술래의 일종이다. 원무 대형을 감아나가는 덕석몰기와 감았던 원무 대형을 풀어나가는 덕석풀기 동작으로 구성돼 있다.
석우초 학생들은 이밖에도 평소 접하기 어려운 쌍륙놀이, 비사치기놀이, 개뼈다귀놀이, 유객주놀이 등 수십 가지의 민속놀이를 창체 및 일반 수업시간에 체험하고 있다. 대한초등민속놀이연구회에 속한 이 학교 서대기 교감을 비롯한 6명의 교사들이 민속놀이를 꾸준히 연구하고 교실에서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운동장에서는 ‘고백신 놀이’가 진행되고 있다. 고구려, 백제, 신라의 앞 글자를 딴 이 놀이는 운동장에 원을 그리고 영토를 나눈 후 서로의 보물을 빼앗는 것이다. 상대국 영토와 놀이판 밖에서는 외발로 서며 발을 걸거나 밀쳐 상대국 군사를 죽인다. 보물을 빼앗아 자기 나라에 가져오면 뺏긴 나라는 멸망하고, 뺏은 나라의 영토는 넓어진다. 두 나라가 연합해 협공할 수 있고 보물이 3개 모인 나라가 승리한다. 서 교감은 “고백신 놀이는 머리를 맞대 전략을 세우고, 연합 작전을 짜면서 창의성과 사회성을 기르는 것은 물론 자연스러운 소통과 규칙을 익힐 수 있는 놀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에 연구회를 창립하고 회장을 맡아온 서 교감은 “민속놀이는 초등학생들의 학교적응과 생활지도에 효과적”이라며 “축구나 달리기 등 일반적인 체육활동을 잘하는 아이들만 주목받고 못하는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기 마련이지만 민속놀이는 실력에 관계없이 ‘놀이’ 그 자체로 아이들을 결속시켜준다”고 강조했다.
연구회는 교육청으로부터 ‘민속놀이 교과 직무연수’를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다음달 22일에는 연구회 주관으로 ‘제8회 화성‧오산 민속놀이 경연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대한민속놀이연구회 인터넷 카페(cafe.daum.net/okdure)에는 전국 2300여 명의 회원이 가입했을 정도로 활발한 운영을 자랑하고 있다.
그는 학교에서 민속놀이 전도사로 통한다. “인터넷 게임이나 영상물에 빠져 동심을 잃고 우리 고유의 ‘옛것’이 잊혀져가는 요즘, 민속놀이를 통해 전통과 우리 것을 가르치고 싶었다”는 서 교감은 연구회 창립 15년이 된 요즘도 민속놀이 보급에 열정적이다. 지난해 9월 석우초로 부임한 이후 동료교사들과 연구 및 연수활동을 꾸준히 이어왔으며 부임 1년이 된 요즘은 전교생이 민속놀이를 즐길 정도다.
전해림(6학년) 양은 “민속놀이 종류가 이렇게 많고 다양한지 몰랐다”며 “친구들과 공기놀이, 오징어놀이를 하는 것이 컴퓨터, 스마트폰 게임보다 재미있다”고 말했다. 길사랑(6학년) 양도 “운동장에서 놀이를 하다 다쳤는데 친구가 함께 양호실까지 가주는 모습을 보고 배려가 무엇인지 깨달았다”며 “친구들과의 우정이 더 깊어졌다”고 밝혔다.
올해 처음 민속놀이를 지도해본 박시현 석우초 교사는 “민속놀이는 규칙이 있어도 딱 떨어지지 않는 애매한 특성이 있는데 이것이 오히려 명확한 규칙과 자기만의 영역을 고수하는 개인주의적인 아이들의 인식을 풀어준다”고 말했다. 함께 뒤엉켜 놀면서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뭐!’하며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와 흥겨움을 준다는 것이다.
윤희은 교사는 “컴퓨터, 스마트폰, 자전거 등 도구가 없으면 놀 줄 몰랐던 아이들이 망줍기놀이, 개뼈다귀놀이를 하며 특별한 도구가 없어도 친구들만 모이면 얼마든지 놀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 같다”며 “시시할 것 같다고 했던 아이들도 체험해보면 재미를 느껴 쉬는 시간에도 적극적으로 즐기곤 한다”고 덧붙였다.
민속놀이는 역사, 음악 체육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할 수 있어 융합수업을 꾸리기에도 용이하다는 게 회원들의 설명이다. 예를 들면, 5학년의 경우 역사 교과에서 서민‧양반들의 생활모습과 연관 지어 ‘승경도놀이’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승경도는 조선시대 양반집에서 자제들에게 과거 급제의 꿈을 키워주기 위해 고안한 것으로 복잡한 관직명을 쉽게 외울 수 있도록 한 놀이다. 박혜민 교사는 “단순히 글이나 동영상을 통해 접한 것과 직접 체험해보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며 “놀이를 통해 조선시대의 문화와 역사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서 교감은 “매년 5회 정도 연수회를 개최해 각자 적용해본 민속놀이 수업과 자료, 노하우 등을 공유하고 결과물을 카페에 올려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며 “더 많은 교사들에게 민속놀이를 보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