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 연극·대학생 상담 봉사 등
“미소 지으면 사랑 싹트고 밝아져”
역 안에 있어 누구나 오갈 수 있어
거실에서 물 부은 세숫대야에 머리를 박고 자살하려는 주인공이 보인다. 놀라서 급하게 뛰어오는 천사. 급한 대로 머리카락을 붙잡아 당겨버린다. ‘뭐지…’하며 젖은 채 멍하게 앉아있는 주인공. 그대로 쭈그려 앉아 운다. 천사가 뒤에서 끌어 안아준다. 주인공은 더 운다. 천사도 같이 흐느끼며 계속 안아준다.
연극 ‘기초자살론I’의 한 장면이다. (사)밝은미소운동본부(이하 본부)가 기획한 이 연극은 지난 6월 열린 부산청소년연극제에서 우수작품상, 최우수 연기상, 우수 연출상을 휩쓸었다. 청소년 자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생활 속에서 예방할 수 있도록 한 작품으로 학업 스트레스로 우울해하는 청소년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는 치유의 장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초자살론I’은 수차례 자살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한 주인공이 자살사이트 운영자를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신이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경험을 하소연하다가 결국 자살하지 않는 것을 운명으로 느끼고 오히려 자살하려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줄거리다.
본부는 연극을 통한 자살예방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21일에도 서울 신림고에서 ‘찾아가는 연극공연’을 실시할 예정이며 서울 지역 내 학교들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잃어버린 한국인의 미소를 되찾고 청소년 인성교육에 앞장서 밝은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1999년 출범한 본부는 그동안 ‘친절스마일코리아’, ‘밝은 세상 만들기’와 같은 캠페인뿐만 아니라 ‘밝은미소 아카데미’, ‘스마일 스쿨 프로젝트’ 등 인성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미소를 짓다보면 사랑이 싹트고 나아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길러진다는 것이다.
특히 베프상담사 양성과정은 우울하고 외로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베스트프렌드가 돼주자는 것으로 과정을 수료하면 멘토로서 활동할 자격을 얻게 된다. 대학생에서 일반인까지 상담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참여가 높다.
서울 강동아동복지센터에서 자살위험 아이들에게 상담봉사를 하고 있는 이상기(백석대1) 군은 “자살은 단순히 충동적인 생각일 뿐이라는 것을 알리고 가슴속 응어리를 풀 수 있도록 친구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노력한다”며 “전문 상담사는 아니지만 아이들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껴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본부는 서울 지하철 3호선 일원역 안에 위치하고 있다. 허진경 사무국장은 “유동인구가 많은 역 안에 사무실이 있어 지나는 사람 누구나 쉽게 방문해 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며 “기증받은 옷으로 바자회도 자주 열었더니 마을 주민들도 도울 일이 없는지 관심을 가져준다”고 밝혔다. 그는 “본부에서 하는 일이 더 많은 청소년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인성교육 콘텐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