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주도로 캠페인·연주회 실시
석 달 만에 담배 ‘제로’ 실현해
건강증진 우수학교 표창도 받아현장 교원들이 학생을 지도하기 까다롭다고 여기는 문제 중 하나가 흡연이다. 담배를 끊겠다는 학생의 의지가 중요한 데다 재발하기 쉽기 때문이다. 학교마다 금연을 유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미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기 청덕고도 넉 달 전까지 학생 흡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화장실은 물론 복도까지, 학교 곳곳에서 담배 냄새가 진동했다. 비흡연 학생들은 담배 연기 자욱한 화장실에 들어가기를 꺼렸다. 교원들도 지도에 한계를 느껴 손을 쓸 수조차 없었다. 김유성 교장은 “이런 환경에서는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학교는 학생들이 공부하고 꿈을 키우는 곳입니다. 그런 곳이 담배 냄새와 연기로 가득하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9월 1일 부임해 이 같은 문제를 접하고 ‘담배 연기 없는 학교 만들기’에 들어갔습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학생회장단과의 면담이었다. 교사가 주도해 학생을 끌고 가는 방식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환경 개선과 학생 건강을 위해 금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금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터라 뜻을 하나로 모으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김 교장이 부임한 지 17일째 되는 날, ‘전교생·전교직원 금연 선포식’을 열었다. 담배와의 전쟁을 알리는 일종의 의식이었다. 선포식에서는 금연 선서와 함께 금연 동의 서명, 금연 담배 커팅식 등을 진행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 강연도 마련됐다. 김 교장이 강사로 나섰다. 그는 “목표 의식을 가진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I can do it)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선포식 이후 학생회장단 주도로 금연 캠페인이 펼쳐졌다. ‘사랑합니다’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구호가 아침 등교시간마다 울려 퍼졌다. 학생들이 직접 감시자가 돼 순찰에 나섰고 학생회 주관 전교생 금연 대토론회도 열었다.
교원들도 힘을 보탰다. 김 교장은 아침·저녁으로 흡연이 이뤄지는 장소를 돌면서 학생을 지도했고, 교사들도 담당 구역을 정해 실시간으로 점검했다. 매일 발견되는 담배꽁초 수도 체크했다.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알리기 위해서였다. 김 교장은 “선포식 일주일 후부터 작은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정말이지 눈 뜨고 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담배꽁초가 너무 많아 셀 수조차 없었으니까요. 일주일쯤 지났을까, 셀 수 있겠더군요. 또 일주일 후에는 눈에 띄게 줄어든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달 4일, 드디어 담배꽁초·담배 연기 ‘제로’를 달성했다.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한 지 석 달만의 일이다. 변화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친구끼리 금연을 권하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담배 끊는 것을 도와달라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학생도 생겨났다. 이달 초에는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학교환경위생관리 학생건강증진 우수학교 표창을 받았다. 김 교장은 “묵묵히 따라 와준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담배 없는 학교 만들기에 성공한 것 자체도 의미 있지만, 우리 아이들이 한 마음으로 목표를 세우고 이뤄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셈이지요. 크리스마스이브에는 교원들이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학생들에게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대접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는 학생들이 사교육 없이도 꿈과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힘쓸 생각입니다. 훗날 모교를 떠올렸을 때 ‘인성과 실력을 갖춘 인재를 기르기 위해 노력했던 학교’라고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