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내 CCTV 설치를 허용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한국교총이 법안의 즉각 폐기와 함께 ‘교실 CCTV 설치 제외 원칙’을 법률에 명확히 담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계류 상태 자체가 학교 현장의 혼란과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교총은 28일 입장을 내고 “교실 내 CCTV 설치법은 더 이상 논의 대상으로 남겨둘 사안이 아니다”라며 “정부와 국회는 교실을 CCTV 의무 설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해 지난해 12월 10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됐으나 이후 추가 심의 없이 계류돼 있다. 교총은 이 과정에서 법사위원 전원에게 반대 의견서를 전달했으며 실제 법사위 심의 과정에서도 교총의 우려가 직접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교총이 문제 삼는 핵심은 법안에 포함된 예외 조항이다. 개정안은 원칙적으로 교실 내 CCTV 설치를 제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학생과 교사의 보호를 위해 학교장이 제안하고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친 경우’에는 교실 설치를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교총은 이 조항이 사실상 교실 내 CCTV 설치를 가능하게 하는 통로로 작동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학교장이 제안하는 경우’라는 단서는 학교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교총은 학부모 민원과 지역 사회의 압박에 노출된 학교장에게 해당 조항이 실질적인 선택권이 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설치 여부를 둘러싼 갈등과 그에 따른 책임이 결국 학교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법안을 ‘학교 책임 전가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
기본권 침해 우려도 제기됐다. 교총은 사생활의 비밀과 초상권 등 헌법상 기본권과 직결된 사안을 단위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 판단에 맡기는 것은 국가의 보호 의무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별로 서로 다른 판단이 내려질 경우 기본권 보호 수준이 달라지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교총은 교실 CCTV 설치에 반대하며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지속적인 의견 개진에 나서 왔다. 지난해 초 교육부와 국회에 철회 요구서를 제출했고, 국회 정책토론회와 교육위 법안소위 과정에서도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교육위를 통과한 직후에는 성명을 통해 재차 문제를 제기했으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법사위의 계류 결정이 이뤄졌다는 것이 교총의 설명이다.
다만 법안이 계류 상태로 남아 있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이 교총의 판단이다. 언제든 재상정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학교 현장의 갈등과 민원을 상시화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교총은 교실을 CCTV 의무 설치 대상에서 명확히 제외하는 내용을 법률에 담아야 학교 현장의 혼란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단서 조항을 남긴 채 계류 상태로 두는 방식이 아니라 입법적으로 분명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교실은 감시를 전제로 한 공간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가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작용하는 교육의 공간”이라며 “최근 대법원이 교실 내 몰래 녹음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판결 역시 이러한 원칙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교실 CCTV 설치를 허용하는 법안을 유지하거나 재추진한다면, 교총은 교원들과 함께 끝까지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