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고교생 나이나
실용교육 부족 지적
네티즌 찬반 토론에
교육부 장관도 언급학교에서 받은 교육은 과연 하루하루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들일까. 학교는 국·영·수는 중요시하면서 왜 홀로서는 방법은 가르쳐주지 않는 것일까.
독일에서 최근 이 주제를 놓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독일사회 전체를 들썩이게 한 이 토론의 장에는 연방 교육부 장관부터 교육학술노동조합, 노드라인베스트팔렌 주 교육부까지 가세해 학교교육의 방향에 대한 상반된 의견들을 쏟아냈다.
이 논쟁의 발단은 쾰른 에르츠비쇠플리헤 우르술리넨슐레 김나지움 1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 나이나(17·Naina)의 트윗에서 비롯됐다. 그는 지난달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18세가 돼가고 있지만 세금이나 집세 혹은 보험에 대해 전혀 모른다. 그러나 4개 국어로 시를 분석할 수는 있다”는 글을 남겼다.
이 글을 게재한 직후 나이나의 팔로워는 하루 만에 1만 명으로 늘어났다. 그는 현재 2만 1800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인사가 됐다. 해당 트윗은 현재 1만 6200회 넘게 리트윗되고 2만 9500여 명이 즐겨찾기 등록을 했다.
나이나는 올해 독일의 수능시험인 아비투어를 앞두고 있지만 대학에 진학할지 직업교육인 아우스빌둥을 선택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비투어를 마치고 1년 동안 ‘자발적 사회봉사의 해(Freiwillige Soziale Jahr)’를 보낼 계획이다. 자발적 사회봉사의 해는16세부터 27세까지의 청소년이 6~18개월 동안 사회봉사기관이나 단체에서 용돈 정도의 보수를 받고 도우미로 일하며 직업의 세계를 경험하기도 하고 대인관계나, 사회활동 등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다.
나이나는 이 일을 위해 부모 곁을 떠나야만 한다. 그러나 막상 독립하려니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집은 어떻게 구하는지, 보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매달 지급되는 킨더겔트(아동양육비)는 앞으로 어떻게 처리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자 그동안 학교에서는 무엇을 배웠던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들면서 실생활과 거리가 먼 학교교육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나이나는 즉흥적인 트윗이 이렇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줄은 몰랐다. 그야말로 자고나니 유명인사가 됐다. 다음날 언론에서 트윗을 소개하기 시작했고 얼마 후에는 연방 교육부 장관의 논평까지 이어졌다.
요하나 반카 (Johanna Wanka) 연방교육부 장관은 “이 토론의 장을 제공한 것은 매우 긍정적이며 학교에서 실생활에 필요한 내용을 더 가르치도록 검토도 해야 한다”면서도 “시를 분석하거나 다국어를 배우는 일도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나이나가 다니는 학교가 소속된 노드라인베스트팔렌 주 교육부는 “나이나의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며 “앞으로 실생활에 필요한 수업을 늘려나갈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교원단체도 즉각 반응을 보였다. 요헨 나겔(Jochen Nagel) 교육학술노동조합 위원장은 “학교 교육은 다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므로 중요하다”며 실용주의 교육을 요구한 나이나의 트윗에 동의하지 않았다.
나이나가 다니는 김나지움의 모니카 부어바움(Monika Burbaum) 교장은 “학교가 이런 중요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줬다는 것만으로도 가장 핵심적인 교육목표에 도달한 것”이라며 “우리 학생들은 자아의식이 강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확고한 자기 생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좋은 예”라고 했다. 독일 교육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독일 네티즌은 찬반으로 나뉘어 갑론을박했다. 학생과 청년들은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의견이 많았지만 직장인과 부모 세대는 “스스로 배우려고 노력해보지도 않고 학교교육을 원망하고 있다”며 “나이나의 관점은 잘못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