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는 최근 지필평가 비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험 체계가 변경되면서 학교 현장의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
최근 국제학업성취도평가 등에서 낮은 성취도를 보이고 있는 영국은 수십 년간 큰 변동이 없었던 시험 체계에 변화를 주고 있다. 오는 2017년부터 GCSE(중등교육과정 수료시험)와 대학 준비 과정에서 학업 내용을 늘리고 지필평가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변경을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새로운 시험제도에 맞춘 교육과정이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금까지 GCSE는 학교 수업 중에 진행되는 수행평가, 과제 등 내신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에서는 지필평가의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기존에 A플러스~G까지 8단계였던 평가 결과도 1~9단계로 단계를 더 세분화해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는 총 응시자의 5.5%가 A플러스를 받았지만 변경된 제도 하에서는 4.6%만이 최고평가인 9를 받을 수 있게 된다.
GCSE의 개편에 이어 대학입학을 위한 학업과정인 AS·A단계에서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2년 과정 중 첫해 말에 보는 AS단계, 두 번째 해 말에 보는 A단계의 시험을 모두 거치면 대학 입학 자격이 주어진다. 이때는 본인이 과목을 선택해 공부를 하게 된다. 기존에는 AS단계에서 4과목을 공부하고 그 중에서 3과목을 골라 A단계 시험을 치렀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 단계를 분리해 별도의 과목을 선택해 공부해야해 학업 분량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
또 기존에는 A레벨 시험이 일 년에 두 번, 1월과 6월에 실시됐지만 이제는 6월 한번만 시험을 시행하기로 해 시험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교사들도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학생들의 시험 시행을 위해 기존보다 2배에 이르는 학업 분량과 시간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학업 스트레스가 급증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국립아동학대예방협회(NSPCC)에서는 시험 성적에 대한 압박으로 인해 최근 학생들이 수면장애나 불안증, 우울증이 늘어나고 있고 심지어는 자해나 자살을 시도하는 학생들까지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로 어린이 상담전화인 차일드라인(Child Line)은 지난해 상담 건수 3만4454건 중 58%가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로 나왔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웹사이트에서도 학업 스트레스와 관련해 8만7500여명의 학생들이 접속한 통계가 나왔다고 밝혔다. 차일드라인은 학생들에게 시험 전후에 가져야 할 마음가짐 등에 대한 지침을 내놓으며 실질적인 방안에 대해 제시했다. 또 ‘염려의 회복’이라는 연극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감정에 공감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도움을 주고 있다.
영국 최대 교원단체인 전국교원조합(NUT)은 “영국정부는 교육을 시험성적으로만 한정해 평가하게 압박하고 있고, 이는 학생들의 정신건강에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학교가 학생의 복지와 행복을 중심에 놓고 창의적인 전인적 존재로 성장시키는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