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단계 추진방안’ 발표에 현장 “또 간섭…일거리만” 책임소재 모호, 위법 등 문제
“토론이 있는 교직원회의 활성화요? 학생 가르칠 시간도 모자라는데요.”
2일 서울시교육청이 ‘토론이 있는 교직원회의’를 2학기부터 유초중고 모든 학교에서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 현장 반응은 냉담했다.
교직원회의 활성화 자체가 모든 교사들의 목소리를 민주적으로 담는다는 취지이므로 평교사들 중 일부라도 반길 것으로 예상했으나 막상 돌아온 반응들은 의외였다. 최근 학교 분위기 자체가 교사들이 회의를 거쳐 어느 정도 결정된 사항이 최종 통과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활성화시킨다는 명목으로 학교에 이래라 저래라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다. 한마디로 지금 상황만으로 충분히 민주적이니 학교에 교육 외적인 일거리를 내려 보내지 말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A중 B교사는 “시교육청의 탁상공론”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학생들 가르칠 시간도 모자라는데 교직원회의를 활성화하면 교사 시간만 더 빼앗겠다는 것”이라며 “가끔 교무회의에서 교장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 선생님이 홀로 강하게 반발하는 경우는 있는데, 그런 반대를 위한 반대를 부추기는 제도냐”고 반문했다.
C초 D교사는 “요즘 시대에 교장들이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학교는 거의 없다”면서 “교사회의를 통과한 안건이 교사가 포함된 학운위에서 심의되므로 교사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것도 아닌데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다”고 시교육청 발표를 반박했다.
교직원회의 의결은 법적 심의기구인 학운위와 충돌을 낳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학운위 위원으로 참여하는 교사 의견은 둘째로 치더라도 학부모, 지역의원들 의견까지 무시하게 돼 또 다른 갈등을 양산할 수 있다.
시교육청은 ‘토론이 있는 교직원 회의’를 3단계에 걸쳐 나중에는 법적으로까지 정착시킨다는 계획이지만 이 역시 현실성은 매우 낮다.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면 국회 차원에서 논의해야 하는데 일부 혁신학교에서 진행 중인 이 제도의 경우 해당학교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릴 정도로 안정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 의견대로 조례로 추진한다면 상위법에 위임되지 않았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결정에 대한 책임 소재가 누구인지 정해지지 않는 문제는 치명적 결함이다. 예를 들어 교직원회의를 거쳐 교장 의결 없이 수학여행을 결정했을 시 사고가 나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지 불분명하게 된다. 이런 내용은 시교육청 발표에서 빠졌다.
E초 F교장은 “일반 학교에서 정착시키기엔 상당히 무리가 따르는 정책”이라며 “설령 제도가 자리 잡더라도 일부 교사들이 파벌을 일으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는데 악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과 서울교총은 “활발한 교직원회의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나 그러한 모델은 학교 장을 비롯한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사안이지, 교육감이 나서 강제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교총은 “특히 그간 많은 지적이 나왔던 혁신학교 ‘다모임’ 모델 권장은 물론, 정착 연도까지 적시하면서 구체적 단계까지 제시하는 것은 9시 등교제와 같이 자율을 내세우며 실질적으로는 획일적 방식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톱다운(Top-down) 방식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말고 단위학교 자율에 맡겨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