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에서는 학생들의 문제 행동에 대처하는 교사들의 행동 매뉴얼이 마련돼 주목받고 있다.
최근 일본의 교육현장에는 교직 경력이 많은 교원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1960년대 전후 베이비붐 시기에 출생한 세대인 이른바 단카이 세대가 대거 정년퇴직을 했고 40~50대 교사들도 적어 매년 신규 교사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그러다보니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학생 생활지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부모나 학생들도 교사들을 불신하고 교권이 추락하면서 ‘교실 붕괴’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이는 일본 전역의 현상이지만 특히 오사카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부과학성 통계조사에 의하면 2014년 초중고 학생 1000명당 폭력 건수는 전국 평균 4건인데 반해 오사카부는 10.6건으로 전국에서 학교폭력이 가장 많이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오사카부 교육위원회는 전국에서 최초로 ‘학교안심 룰’이라는 교원 매뉴얼을 만들었다. 이 매뉴얼에서는 학생의 문제행동을 5단계로 나누고 그에 따른 학교와 교사의 대응방법을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1단계 문제행동으로 수업을 기피하면 별도의 교실에서 개별지도를 하고 가정에 연락을 한다. 책상에 낙서를 하면 봉사활동이나 학습과제를 부여한다.
2단계로 수업을 받지 않고 교내에서 돌아다니면 별도 교실에서 여러 명의 교직원들이 개별지도를 하고 가정에 연락한다. 교원에 대해 비속어나 욕설 등을 하면 수일간의 봉사활동이나 학습과제를 제시한다.
3단계로 다른 학생의 물건을 파손하거나 버리면 일정기간 별도 교실에서 개별지도와 학습지도를 한다. 다른 학생을 강압적으로 누르거나 연필과 같은 뾰족한 물건으로 찌르기, 물건 던지기, 고의적으로 부딪히기 등과 같은 폭력적인 행동을 하면 경찰에 통보한다.
4단계 문제행동으로 금품을 빼앗거나 훔치거나 사기를 치면 출석정지 조치를 취한다. 다른 학생을 때리거나 차는 등의 강한 폭력을 행사하면 출석정지하고 경찰에 통보한다.
마지막으로 심각한 폭력이나 상해행위, 협박, 강요, 공갈행위를 하면 경찰이나 아동상담센터, 아동자립지원시설 등 관계기관과 팀을 이뤄 대응한다.
이 매뉴얼을 지키지 않는 학교가 있으면 보호자가 교육위원회 전용 창구에 통보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오사카부 교육위원회 관계자는 “명확한 룰이 있으면 일관성을 가지고 지도할 수 있고 경미한 단계부터 신속하게 대응해 학생들이 보다 심각한 단계로 이행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방침에 대해 현장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초기 단계부터 매뉴얼대로 철저하게 지도해나가면 더 큰 문제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사카 공립중학교의 A교사는 “교원의 지도력만으로 모두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방식”이라며 “공통의 룰이 있으면 혼란 없이 대응할 수 있어 현장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 등 관계기관과 연계하는 것에 대해 일부 교사들은 ‘학교의 패배’라고 꼬집고 있다. 학교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학생은 기계가 아니다. 문제학생의 주변 환경과 학생의 상황에 따라 지도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며 “매뉴얼이 오히려 교원의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