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황으로 네덜란드의 학문연구 중심 대학에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대학생도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대학연합(VSNU) 조사에 따르면 올해 학문연구 중심 대학(WO)에 입학한 신입생은 모두 4만 2500명으로, 작년보다 500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상위 직업전문대학(HBO)은 11만 명이 줄어 지난해보다 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도 학문연구 중심 대학 학생 수는 12% 증가했지만 상위 직업전문대는 6% 증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유럽의 경기불황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네덜란드는 전통적으로 중등학교 졸업자의 15%미만만 학문연구 중심 대학에 가고 대부분 직업 중심 학교를 선택하는 분위기였다. 직업 교육이 강화돼 있어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청년 실업률이 낮은 국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경제상황이 악화돼 일자리가 줄어들자 학생들이 안정되고 수익이 많은 직장이나 전문직을 얻기 위해 학문연구 중심 대학에 더 몰리게 됐다는 것이다.
일자리 부족으로 취업과 직결될 수 있는 전문대나 직업 전문학교가 인기를 얻고 있는 우리와는 다소 대조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방향의 차이만 있을 뿐 취업률이 선택의 주요 원인임은 동일하다. 네덜란드에서는 학문연구 중심 대학을 나온 사람들 자체가 많지 않아 오히려 이 대학이 취업률을 높여줄 수 있다는 인식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악화는 대학생들의 주거 방식에도 영향을 주게 됐다. 대학생이 되면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부모와 함께 사는 대학생이 점차 늘고 있다. 아직까지는 전체 대학생의 67.8%가 독립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최근 경향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학생관리본부(DUO)에 따르면 올해 학문연구 중심 대학생 중 독립해 사는 학생은 64.5%로, 지난 2012년 71.1%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직업전문대 학생 또한 46.6%로 2012년 51.9%보다 줄었고, 중하위직업전문대(MBO) 학생도 17.8%로 3년 전 25.8%보다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생활비 부담에 부모와 사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은 기차나 버스 등 교통수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통학 거리가 멀어도 교통비 부담이 없다. 그러다보니 멀더라도 부모와 사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여유롭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한편, 네덜란드는 대학생 학비가 1년에 1800유로(250만원 정도)로 국가에서 낮은 이자로 대출이 가능하다. 학비도 5번으로 나눠서 낼 수 있고 부모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은 국가에서 공부 지원금으로 매달 300~500유로 정도를 지원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