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철모르고 함부로 덤비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여기서 ‘하룻강아지’는 태어난 지 하루밖에 안 된 강아지가 아니다. ‘하룻강아지’는 나이가 한 살 된 강아지라는 뜻이다.
(1) 하룻강아지: 한 살 된 강아지
‘하룻’은 ‘하릅’이 바뀐 꼴이다. ‘하릅’은 나이가 한 살 된 소, 말, 개 따위를 이르는 말이다. 우리말에는 동물의 나이를 세는 말이 따로 있다. 우리 조상들은 동물의 나이를 세는 말을 따로 둠으로써 생활과 함께하는 가축들을 그만큼 소중히 여겼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 한 살: 하릅, 한습 / 두 살: 두습, 이듭 / 세 살: 세습 / 네 살: 나릅 / 다섯 살: 다습 / 여섯 살: 여습 / 일곱 살: 이롭 / 여덟 살: 여듭 / 아홉 살: 아습, 구릅 / 열 살: 담불, 열릅
‘-릅, -습, -듭’ 등이 섞여 있어서 헷갈리기는 하는데 재미있는 우리말인 듯하다. 일곱 살을 나타내는 말은 특이하게도 ‘이롭’이다.
우리말에는 또 수를 세는 단위 중에 어림수를 나타내는 말이 발달해 있다. 어떤 것을 정확하게 콕 집어서 말하지 않고 대강 짐작으로 말하는 습관에서 비롯된다. 우리 민족이 수 관념에 희박해서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 나름의 넉넉함과 여운이 있는 언어문화라고 할 수 있겠다.
(3) 한둘: 하나나 둘쯤
(4) 두셋: 둘이나 셋쯤
(5) 서너: 셋이나 넷
(6) 두서너: 둘이나 셋 또는 넷
(7) 네다섯, 너더댓, 너덧, 네댓: 넷이나 다섯쯤
(8) 대여섯, 대엿: 다섯이나 여섯쯤
(9) 예닐곱: 여섯이나 일곱쯤
(10) 일여덟, 일고여덟: 일곱이나 여덟쯤
(11) 여덟아홉: 여덟이나 아홉쯤 되는 수정확하게 몇 개로 나타내지 않고 얼마 ‘쯤’을 나타내는 ‘한둘, 두셋, 서너’ 등으로 표현함으로써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 서로 여유롭게 선택의 여지를 남겨 두는 것이다. 그 밖에도 어떤 수보다 조금 넘는 수를 나타낼 때는 ‘남은’을 붙이기도 했다.
(12) 여남은: 열이 조금 넘는 수
(13) 스무남은: 스물이 조금 넘은 수
(14) 예수남은: 예순이 조금 넘는 수여러분은 누군가 귤 ‘네댓 개’를 가져오라고 하면 몇 개를 가져갈 것인가? 아마도 대부분은 네 개가 아닌 다섯 개를 가져갈 것이다. 네 개를 가져가면 왠지 모자란 느낌이고 다섯 개를 가져가야 본인이나 상대나 모두 만족할 만한 개수가 될 것이다.
새해에는 서로에게 넉넉함을 전할 수 있는 물질적, 정신적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