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기도하는 것이다//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그렇게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노을이 질 때 걸음이 멈추기만 해도/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기도하는 것이다.”
지난 12일 경인교대(총장 이재희) 경기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2015학년도 학위수여식. 시인 이문재의 시 ‘오래된 기도’가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박인기 국어교육과 교수가 제자들의 졸업을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시를 읊었다.
그는 “졸업식에선 늘 도전과 과업을 강조하지만, 교사가 될 사람인만큼 스스로를 돌아보고 내면의 행복을 찾아야 아이들도 가르칠 수 있다”며 시 낭독으로 축사를 대신한 이유를 설명했다.
답사도 인상적이었다. 보통 졸업생 가운데 가장 성적이 좋은 학생이 답사를 맡지만, 이 학교는 달랐다. 성적이 꼴찌에 가까운 학생에게 답사를 맡겼다.
수학교육과 김용식 씨는 “졸업식에서 상을 받는 사람은 소수이고, 못 받는 사람이 대다수라 그들을 대표해 답사를 맡은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위트 있는 김 씨의 말에 참석자들은 연방 웃음을 터뜨렸다.
취업난과 경기 침체로 대학 졸업식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지만, 파격적인 진행으로 졸업생들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물하는 대학이 있다. 경인교대는 올해 졸업식에 참석한 내빈의 축사를 생략했다. 대신 이날의 주인공인 졸업생과 학부모가 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특별한 축사와 답사를 마련했다.
19일 학위수여식을 진행한 한국체대(총장 김성조)도 다르지 않았다. 졸업생을 대상으로 졸업식 참석 신청을 받아 좌석을 지정했다. 덕분에 빈자리가 많아 어수선한 여느 졸업식과 대조적으로 정돈된 분위기였다. 졸업생 대표의 ‘졸업식사’ 시간도 마련했다. 4년간의 대학생활을 마무리하는 감회를 밝혔다.
박경환 한국체대 교학처 수업팀장은 “졸업생 모두가 주인공인 행사로 만들기 위해 기존 학위수여식과 차별화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교원대(총장 김주성)도 23일 개최한 학위수여식을 외부 인사의 축사와 축가를 없애고 선·후배 화합의 장으로 꾸몄다. 한국교원대 출신 기상캐스터 백미란 씨가 사회를 맡았다. ‘큰 스승 되기’ 다짐 행사와 ‘자랑스러운 교원대인’ 시상식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