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 나올 때마다 도와주는 건 없고 하라는 일만 많아지니 공문을 보면 피하고만 싶네요. 당국에서는 하나씩 떼어 놓고 별일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업무가 쌓여 가는 현장의 어려움을 알아야 합니다."
새학기를 앞두고 교육당국이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일선 교원들의 말 못할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취지만 놓고 보면 학생 안전, 건강 등 필요한 것들이지만, 그 내용이 근본적 시스템 개선과 이를 위한 사회적 협력·지원보다는 학교와 교원의 책무 확대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최근 연이어 드러나고 있는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미취학 아동 관리 매뉴얼'을 22일 발표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일선 학교는 오는 새학기부터 미취학·무단결석 당일부터 해당학생에 유선 연락을 취하고 소재가 확인되지 않거나 학대가 의심될 경우 즉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3~5일 차에는 교직원 및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함께 가정을 방문해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출석을 독려해야 한다. 또 학교장, 교감, 교사, 학부모 경찰관, 아동보호기관 관계자가 참여하는 (가칭)의무교육학생관리위원회를 구성해 6~8일이 지나도 출석하지 않는 학생과 보호자를 학교로 불러 면담·심의하는 절차도 신설됐다.
이를 두고 경기 A초 교장은 "교육자로서 학생을 돌봐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났다고 무조건 일면식도 없는 학부모를 찾아가도록 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또 방문 책임자가 명확치 않고 교직원이라고만 돼 있어 업무분장에 갈등이 생기고 함께 갈 공무원과의 일정 조정 등에도 애들 먹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 B고 교사는 위원회 구성·운영에 대해 "소속 학생에 대해 학폭위를 열 때도 학부모 등의 협조가 쉽지 않은데, 아예 등교도 하지 않았던 학생·학부모가 오겠느냐"며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경찰 수사 의뢰 시 학교에 대한 학부모의 보복 등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다.
교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가정 내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사전·근본 대책 마련 없이 사후 대책으로 학교에만 부담을 전가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차제에 가정·학교·지자체·아동보호기관·경찰의 역할 분담을 철저히 하는 시스템 구축 마련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25일 나온 '학생 감염병 예방 종합대책'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온다. 지난해 메르스 휴업사태 이후 교총 등 교육계가 요구한 국가적 차원의 휴업기준은 제시하지 않고, 등교중지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 심리지원 교육 등 성격이 불명확한 업무만 추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65%에 불과한 보건교사 미배치 문제를 해소할 증원계획도 빠졌다.
이에 교총은 이날 입장을 내고 "지난해 메르스 확산에 따른 막연한 불안감으로 의학적·교육적 판단이 아닌 교육감의 정치적 결정과 학부모 여론에 따라 휴업이 이루어져 많은 학교에서 수업일수·시수 부족으로 방학이 줄어드는 등 많은 부작용을 경험했다"며 "국가적 통일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지역사회·보건당국 중심의 학부모 대상 감염병 예방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염병으로 등교중지된 학생의 생활지도를 강화토록 한 것에 대해서는 "교사와 학교가 가정에 있는 학생에 대해 학원, PC방 등 다중시설 출입을 통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구체적 방안 제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지속적인 소독과 소모성 방역물품 구비를 위한 예산 지원, 보건교사 배치, 교직원에 의한 학생 감염을 막기 위한 우선적 예방접종 등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