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일반교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분야…기피업무 1순위” 관심군 학생 학부모 상담, 관련기관 연결, 사고 책임 부담 전문상담교사 확대 배치, 지자체 및 유관기관 협력도 필요
매년 4월만 되면 학교가 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담당 교사의 업무 과중,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문제 발생 등 기피대상 업무가 되면서 교사 간 갈등까지 빚어지고 있다.
우울·불안 등 날로 심각해지는 학생 정신건강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2012년부터 시작한 정서행동특성검사는 현재 전국 모든 초·중·고에서 매년 4월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학교들은 시작부터 업무 분장에 적잖은 난항을 겪었다. 전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교육부 업무매뉴얼에 따르면 정서행동특성검사는 부장교사 이상이 업무 총괄을 맡아 보건·전문상담교사 등이 협의체를 구성해 실시하게 돼 있다. 그러나 학교급, 규모, 지역 여건에 따라 보건·상담교사가 없어 이 업무를 일반교사나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대신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관심군 학생이 나와도 지속적 관리는 엄두를 내기 어렵다. 상담교사가 없다보니 일반교사가 관심군 학생 전부를 외부기관에 맡기고 행정업무 처리에만도 허덕일 수밖에 없어서다. 저소득층이 밀집한 곳에서는 보건소 등 기관도 부족해 맡길 곳도 없어 교사가 이리저리 알아보다 치료시기마저 놓치는 일이 허다하다. 이럴 경우 만일 자해, 자살 등 사고로 이어진다면 책임까지 떠안을 수 있는 만큼 기피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 A초 교사는 “학생 정신건강에 대한 업무 자체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일이다 보니 일반교사가 맡으려면 상당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최근 서울교육연수원에서 교육부 담당자가 참석한 가운데 연수가 진행됐는데, 각 학교에서 모인 보건·부장교사들이 업무의 난이도를 호소하느라 한동안 꽤 시끄러웠다”고 전했다.
소규모학교인 경기 A중은 정서행동특성검사를 맡을 교사를 정하지 못하다 서로 감정까지 상해 고성이 나오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 학교 B교사는 “학생 우울증,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중요한 업무지만 일반교사 혼자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증상이 중한 경우 학부모 상담을 거쳐야 하는데, 이 업무 역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학부모로 인한 교권침해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학부모에게 자녀의 정신건강 문제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는 게 현장 반응이다.
충남 C초 교장은 “중증 증상 학생은 외부 전문기관에 맡겨야 하고 학부모를 설득해야 가능한데 자신의 자식이 ‘정신 이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이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한다”고 털어놨다. 실제 2015년 기준으로 관심군 6만709명 중 70.3%인 4만1051명만 연계 조치했는데, 미조치 사유 중 ‘학부모 거부’가 67.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와 관련 학교 현장에서는 전문상담교사 확대 배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D초 교장은 “정서행동특성검사 업무 처리는 물론 검사 이후 관심군 학생에 대한 사후관리 내실화를 위해 모든 학교에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학생 정신건강 관리에 대해 지자체, 보건복지부 등 유관기관의 협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박정희 인천교원연수원 원장은 “학생 정신건강 문제를 학교에만 맡겨서는 교원 업무 부담만 커지고 관리도 부실해진다”면서 “지자체, 경찰청,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 산하 청소년 담당 기관들이 잘 갖춰져 있는 만큼 이 기관들과 전문 인력들이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