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교사, 첨단 설비가 갖춰진 학교…. 미래의 학교 모습에 대한 이 같은 상상과는 반대로 독일에서는 인권과 자연친화적 형태로 미래학교를 발전시키고 있다.
독일의 미래학교 프로젝트는 UN이 지난 2005년부터 진행해온 지속가능발전교육과 연관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그러나 미래학교에 대한 관심은 그 이전인 1994년, 독일연방의 기본법인 그룬트게제cm(Grundgesetz)가 미래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명기하면서 시작됐다. 이 법적 근거를 토대로 미래학교가 국가 차원의 목표 사업으로 채택된 것이다. 2000년부터 ‘프로그램21(Programms-21)’이나 ‘트란스퍼21(Transfer-21)’이라는 명명 하에 대형 국가 프로젝트로 연구와 투자가 이뤄졌다.
독일 미래학교는 최첨단 기기 설치 등 하드웨어적 측면보다는 미래 사회에 대비한 가치관의 변화와 확립에 초점을 두고 있다. 환경보호, 인권 존중과 사회경제정의, 문화의 다양성, 관용, 비폭력 문화 등을 존중하는 가치관 확립 교육에 신경을 쓰고 있다.
실제로 가장 활발하게 미래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슐리스비히 홀슈타인주에서는 환경, 자원, 폐기물 처리, 기후변화, 인권, 전쟁과 평화, 난민, 예절, 종교 등의 주제로 교육 활동을 설정해야 미래학교로 선정된다. 미래학교 인증은 2년에 한번 씩 이뤄진다.
대표적인 미래학교 사례로 꼽히는 하인리히 안드레센 게마인샤프트 학교 역시 환경에 대한 남다른 관심으로 지난 2006년부터 10년 동안 미래학교로 선정, 운영됐다. 미래지향적 교육 활동은 학교 내 버려진 숲을 되살리고 폐기물을 처리하는 작업이 중심이다.
이 학교에는 지난 1976년 당시 활발한 식수 작업으로 다양한 유실수가 심어졌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잡초와 쓰레기 더미로 뒤덮인 공간으로 변했다. 수십 년 동안 방치되면서 나무들이 뒤엉켜 사람이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의 숲을 이루며 학교의 골칫거리가 됐다.
하지만 미래학교가 되면서 교사와 학생들은 학교 숲을 살리는 데 뜻을 모으고, 쓰레기를 치우며 틈나는 대로 잡초제거 작업부터 하기 시작했다. 또 숲을 교정과 연결시키는 산책로를 새롭게 만들고 나무에는 새 집을 짓기 시작했다. 이 같은 활동이 진행되면서 버려진 학교 숲은 이제 ‘녹색의 교실’로 불릴 만큼 변모했다. 학교 숲은 현재 학생들의 야영장이나 미술 수업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학교는 또 폐기물 처리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가정에서 소비한 컴퓨터 프린터의 빈 잉크통, 건전지 등을 따로 모아 처리하고 쓰레기 분리수거 작업에도 적극 나섰다. 이 같은 학생 중심의 자연친화적 활동이 오랜 시간 미래학교를 유지하는 비결이 됐다.
이처럼 독일에서는 미래 사회에 필요한 시민의식을 고양하고 자연친화적 생활 태도를 갖춰가도록 돕는 것이 미래교육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