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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주인인 수업으로 재미와 성적까지 잡아

권순현 서울미술고 교사, ‘수업혁신’ 펴내



참여수업 노하우로 학교 변화시킨 과정 담아
서로 가르치고 토론하면 저절로 배움 일어나
교사에게 행복은 결국 수업… “실천해보길”


서울미술고에는 다른 학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부서가 있다. ‘수업혁신부’가 바로 그것. 지난해 신설된 수업혁신부는 명칭 그대로 수업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 부서를 총괄하는 사람은 수업 베테랑인 권순현 교사다. 서울미술고는 지난 1년간 수업혁신부를 중심으로 수업을 변화시켜 나갔다.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강의식 수업은 지양하고 ‘참여수업’을 실천했다.

권 교사는 최근 서울미술고에서 동료 교사들과 함께 연구·실천했던 참여수업 이야기를 담은 ‘수업혁신’을 펴냈다. 이 책은 모든 교과에 적용할 수 있는 수업 스킬을 소개하고 참여수업이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설명한다. 참여수업은 ‘수업의 주인공은 학생’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책을 통해 ‘서로 가르치고 발표·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배움에 재미를 느끼면 학습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서울미술고에서 25년째 교편을 잡고 있는 그는 참여수업 전도사를 자처한다. 수업에 학생들을 참여시켰더니 붕괴됐던 교실이 살아나는 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더 많은 교사가 참여수업을 도입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강의와 연수를 통해 노하우도 전수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교직을 떠나야 할 것인지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수학을 가르치는 권 교사는 당시 열정이 넘쳤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자는 학생, 떠드는 아이들… 말 그대로 교실이 붕괴된 현장을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그는 “수업에 집중하게 하려고 노력해봤지만 헛수고로 돌아갔고, 결국 몇 안 되는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대로 교직에 남아있어야 하나’라는 자괴감에 빠져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죽기 살기로 해법을 찾아 나섰다. 수업 잘한다는 유명 교사들의 수업을 참관하고 입소문 난 연수를 수강했다. 그러다 참여수업에 눈을 떴다. 배운 내용은 바로 교실에서 적용해보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해냈다.

권 교사가 추구하는 참여수업의 핵심은 ‘재미’와 ‘서로 가르치기’다. 그는 “프로젝트 학습과 질문·토론·발표 수업, 스토리텔링 수업 등을 통해 수업의 주인공 자리를 학생들에게 내어줬더니, 공부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며 “수업을 좋아하고 만족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힐링 되는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서로 가르치기는 가장 효율적인 학습 방법의 하나로 꼽힌다.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아는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오래 기억하게 된다는 원리다. 권 교사는 부산의 한 고등학교 사례를 소개했다. 맡는 반마다 1등을 만드는 담임교사가 있었다. 그의 비결은 다름 아닌 ‘서로 설명하기’였다. 수업이 끝나면 짝꿍끼리 배운 내용을 설명하게 했다. 종례 시간에도, 다음날 조례 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학부모들에게도 당부했다. 자녀가 집에 돌아오면 그날 배운 내용을 말할 수 있게 해달라고.

권 교사는 “교사의 행복은 수업에 있다”며 “참여수업은 재미와 성적, 인성교육, 교사의 행복까지 만족시키는 일석사조의 교육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꾸준히 실천하기 어려운 게 참여수업이지만 교사의 신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면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는 순간이 온다”며 “그 경험은 교사들이 행복한 수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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