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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박남기의 마음 나누는 교육학습법> 마음의 문과 혀라는 칼날

가르침과 배움은 교사와 학생의 만남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지식, 기술, 삶의 지혜를 나누고 함께 성장한다. 최근 학습에 초점을 맞춘 학생 중심 교수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수업의 주도권이 학생에게 있어서 교사의 역할이 줄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또한 ‘무위 교수법’의 일종이다. 학생의 본능을 토대로 자연스럽게 수업을 이끌어 나가려면 가르치는 사람, 즉 교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본지는 이 같은 교육의 흐름 속에서 교사들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는 ‘박남기의 마음 나누는 교수학습법’을 연재한다. 영국 캠브리지 국제인명센터가 선정한 세계 100대 교육자,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가 필자로 나선다. <편집자 주>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마음의 안쪽에만 달려있다"는 헤겔의 말이 있다. 이 비유는 자신의 닫힌 마음을 열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니 원망과 미움으로 마음의 빗장을 채우지 말고 스스로 용서라는 열쇠를 갖고 문을 열고 나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다른 한 편으로는 타인의 마음을 강제로 열 수 없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가르침은 만남이고 소통이다. 따라서 첫 시간, 첫 만남에서 뿐만 아니라 교수학습 활동 내내 늘 노력해야 하는 것은 학생들이 나를 스승으로 받아들여 마음의 문을 열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최고대학의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에게 존경하는 스승상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귀를 먼저 열어주시는 교수님, 애정을 갖고 학생들과 소통하는 교수님, 학생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교수님’이라는 답이 많았다.

유치원생부터 법학전문대학원생까지 스승에게 기대하는 바는 비슷하다. 선생님이 좋아서 혹은 싫어서 어떤 과목을 좋아하게 됐거나 아니면 흥미를 잃게 됐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이 또한 가르치는 사람이 학생들의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깨닫게 한다. 이런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이중창으로 꼭꼭 닫혀 있는 창문 밖에서 상대와 대화한다며 혼자 떠드는 것과 비슷하다. 학생들이 오래 기억하는 스승 중에는 신규교사가 많다. 기법은 뛰어나지 않지만 온 마음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그 안에서 기쁨을 찾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창 시절 다양한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우리 뇌는 좋은 기억보다는 좋지 않은 기억을 더 오래 간직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부정적 기억을 오래 간직해야 실수를 줄여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진화심리학자들의 설명이다. 학생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선생님이 되자는 말 속에는 최소한 부정적으로 기억되는 선생님은 되지 말자는 뜻이 들어 있다.

혀는 예리한 칼날이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이를 거의 의식하지 못하며 그 칼날을 휘두른다. 그러다가 상대의 혀끝에서 나온 말이 가슴에 상처를 입힐 때에야 이를 깨닫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자신의 혀끝이 상대방에게 입히는 상처를 육안으로 볼 수 없다보니 이야기를 할 때 다시 이를 망각하게 된다. 혀가 얼마나 예리한 칼날이기에 신은 강인한 이빨로도 부족해 입술까지 덮어 이중으로 칼집을 씌워 놓았을까! 가르침이라는 의사소통을 할 때 혀가 예리한 칼날이라는 사실만 기억해도 학생들에게 말로 상처를 주는 경우는 크게 줄일 수 있다.

15세 때 소년원에 들어갔던 탈주범 신창원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께 상처받은 일을 말했었다. 당시 육성회비를 가져가지 못한 자신에게 "돈도 못 내면서 뭐 하러 학교에 와"라는 말을 들은 그날 이후로 괴물이 되어가는 자신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는 그 기억을 늘 가슴에 품고 살았던 것이다.

우리가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오랜 연습을 통해 익숙해진 일종의 ‘적응무의식’적 행위다. 선수들에게 폼이 중요한 이유는 적응무의식 상태에서 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언어도 적응무의식 상태에서 구사되기 때문에 기본 언어 습관이 중요하다. 한번 굳어버린 언어 습관을 바꾸는 것은 굳어버린 운동 폼을 고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우리 교원들은 칼잡이가 칼질을 하듯 조심스럽게 혀를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기댈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며 다가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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