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부터 속성·보통·기술 과정 3가지로 분류 다양한 인종·문화 혼재…시민성 함양 교육 강화 일반 대학 거쳐 국립교육원에서 교사 양성·채용
싱가포르는 말레이 반도 남쪽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다. 면적은 우리나라 서울(605.21km2)보다 조금 크다(약 697km2). 인구는 약 550만 명이지만 그 중 200만 명 정도는 국내외 이주가 잦은 유동인구다. 인도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말라카 해협에 위치한 입지적 특징과 아시아와 유럽, 오세아니아 지역 간 중간 기점으로 해상·항공교통의 요지로서 입지적 장점을 누리고 있다.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했지만 큰 산지가 없기 때문에 지하자원이 빈약하고 물 획득도 어렵다. 게다가 열대기후 지역이라 사람들의 노동력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을 정도로 환경은 좋은 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작은 독립국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교육에 대한 투자와 열정은 특별하다.
학제는 예비초등교육 3년(4세~6세), 의무교육인 기본 초등교육 6년(Foundation stage 4년·Orientation stage 2년), 중등 교육 4~5년, 중등 후 교육(주니어 칼리지 2년, 직업훈련원 3년, 폴리테크닉 3년), 대학교육 4년으로 이뤄져 있다. 약 356개교(예비 초등 포함해 초등 175개교, 중등 154개교, 중등후교육 13개교, 대학 4개교 포함)의 초·중·고등교육기관에서 3만1000여명의 교사가 교육하고 있다.
정부는 예비초등학교 과정에 엄청난 노력을 쏟는다. 국가에서 유아교육 기관 운영비와 교육비 대부분을 지원하며 교육 내용을 철저히 관리한다. 어린이들의 전인적 인격형성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예비초등교육 기관은 대부분 사립이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주거지 인근이나 초등학교 내에 있다.
초등교육 기간에 어느 정도 학생 개인의 진로가 결정된다. 초등 1~4년의 교육을 받으면서 획득한 개인의 학업능력을 토대로 4학년 말에 5학년에서 배울 과목을 일부 선정한다. 이를 Subject-based banding education이라고도 한다. 학교 성적에 기반해 심화 교과나 보충이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 배운다. 6학년 말에는 졸업시험으로 PSLE(Primary School Leaving Examination)을 본다. 일정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졸업을 하지 못하고 유급을 하게 된다. 초등 2년을 더 다닌 후 졸업시험에 합격하면 중등학교에 진학하며, 불합격자는 직업훈련원에서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다.
졸업시험 성적에 따라 중등의 속성과정(Express)과 보통과정(Normal)으로 나눠 진학한다.
속성과정은 4년제 과정으로 주로 PSLE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진학하는 과정이다. 그 외 학생들은 주로 5년제 과정인 보통과정에 진학한다. 이는 다시 보통 아카데믹(Normal Academic)과정과 보통 기술(Normal Technical)과정으로 나뉜다. 속성과정 학생들의 경우 4년째 때 GCE’O’레벨 시험을 보고 중등 후기 과정에 진학할 수 있으나 보통과정의 경우 4년째 말에 GCE’N’레벨 시험을 합격한 후 1년 후 다시 GCE’O’레벨 시험에 합격해야 중등 후기 과정에 진학할 수 있다. 이외에 예술, 스포츠, 수학, 과학 등 특정 분야의 심화학습을 필요로 하는 학생을 위한 특별과정도 별도로 있다.
중등학교를 졸업한 후 학생들의 진학은 다양하게 이뤄진다. 4년제 대학 진학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2년제 대학인 Junior College와 3년제인 Centralized Institute가 있다. 이 과정을 거쳐 GCE ‘A’ 레벨 시험을 보고 시험결과 상위권 학생들은 국립싱가포르 대학이나 난양공대 등 4년제 우수 대학에 진학한다. 대학 진학보다는 사회진출을 위한 교육기관으로는 폴리테크(Polytechnic)와 ITE(Institute Technical Education)가 있다.
이같이 학생 성적에 따라 등급화된 교육과정이 초등부터 대학교육까지 연계되는 교육 체제에 대해 지나치게 경쟁을 자극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학생이 자신의 수준에서 역량을 키워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다양한 분야의 인력을 고루 양성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육과정은 초·중등 모두 크게 언어영역, 수학과 과학 영역, 인문학과 예술 영역, 그리고 그외 CCA(Co-Curricular Acitivities), CCE(Character&Citizenship Education), NE(National Education), PAL(Program for Active Learning), PE(Physical Education), PW(Project Work), VIA(Values in Action)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에는 다음의 네 가지 특징이 담겨 있다.
첫째, 비교과 영역 교육을 통한 시민성 함양 교육이다. 특히 CCE, NE, VIA 시간에 이뤄지는 것은 주로 ‘싱가포르인으로 살아가기’ 교육이다. 싱가포르는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독특한 다문화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다양한 인종·문화 속에서 국가적 통합을 이끌어내기 위해 무엇보다 싱가포르인으로서의 공동체 의식 함양이 필요하다. 이러한 교육의 영향인지 학생들의 놀이문화에는 인종 간 배제가 없었다. 학생들은 그 비결을 교육에서 배운 ‘타인(타문화)존중’이라고 말한다.
둘째, 교실 이외 수업의 활성화다. 학생들은 거의 매월 1회 현장체험학습을 한다. 주로 박물관, 미술관, 기타 국가 상징물 체험을 하면서 역사, 문화 등을 학습하기도하지만 동시에 탐구학습의 방법을 익힌다. 최근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들의 현장체험과 탐구학습의 양을 더 늘리고 있다. CCA, PAL, PW은 주제 중심 교과 간 융합 학습으로 이뤄지는데 특별히 협업과 자기주도적 문제해결력을 길러주는 데 역점을 둔다.
셋째, 교육과정 교과영역에서 언어·수학·과학이 강조된다. 싱가포르 교육과정을 보면, 초등 4학년의 경우 주간 전체 수업 중 언어(영어, 모국어 포함) 60%, 수학 20%, 과학 8%, 그 외 체육, 사회, 미술, 음악 시간을 합해 12% 시수가 부여된다. 또한 초등 언어, 수학, 과학은 기초레벨 수업과 심화레벨 수업이 있으며, 6학년 말에 졸업 시험 대상교과목이다. 다른 교과들에 비해 언어, 수학, 과학 교육에 부여되는 시수와 교육부의 성취결과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진다.
넷째, 철저한 이중 언어 교육이다. 공용어로서의 영어와 모국어교육을 동시에 함으로써 학생들의 문화적 정체성 함양 뿐 아니라 싱가포르인으로서의 정체성 함양, 글로벌 사회에서의 역량 계발을 꾀한다.
교원 양성과 임용은 국립교육원(NIE)에서 이뤄진다. NIE가 초등·중등 교사를 모집해 일정 시험을 거쳐 예비교사로 채용한 뒤 연수를 실시하고 학교 현장에 배치시키는 방식이다. 4년제 일반대학 졸업자는 NIE에서 1년, 2~3년제 대학 졸업자는 2~3년의 연수를 받는다. 예비교사일 때도 월급이 제공되고 연수과정을 마치고 학교에 발령을 받으면 정식 국가공무원 신분을 갖게 된다.
교육과정 설계부터 교사 연수까지 교육부 주도하에 이뤄진다. 국가 예산의 3.5%이상을 교육에 투자할 정도다. 싱가포르 교육은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1997년 ‘Thinking Schools, Learning Nation’이라는 교육 비전을 제시해 사고력과 창의력 함양에 집중하는 교육을 지향하며 학생과 교사, 지역사회, 국가를 모두 포함하는 학습공동체를 구축하려고 노력했다. 이를 통해 평생교육 차원에서 학습자 맞춤형 능력 중심의 인재 양성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2004년에는 ‘Teach Less, Learn more’ 교육을 제시해 주입식 교실 수업을 줄이고 대신 토론이나 프로젝트 학습 등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 중심 수업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지식을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창의적으로 실생활에 적용하면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했다.
이같은 노력이 싱가포르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나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세계인재보고서에서 문제해결력에 탁월한 성과를 보인 것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높다.